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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3장

“알겠어요.” 서수연은 종내 타협하며 순순히 차에서 내렸다. 그러다 그만 발을 헛디뎌 앞으로 고꾸라지고 마는데...... 때마침 강준영이 어깨를 잡아주는 바람에 엎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중심을 잡고 고개를 드니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손가락 하나 사이 둔 거리, 숨이 섞일 듯한 거리. 서수연의 가슴에선 난리가 났다...... 황급히 강준영에게서 떨어지며 거리를 둔 그녀가 멋쩍게 입을 열었다. “고, 고마워요.” “정신 좀 바짝 차리지!” 허공에 놓인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강준영은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의 뒤를 따라가는 서수연의 머릿속엔 코 앞에 놓여있던 강준영의 얼굴이 잔상처럼 떠올랐다. 가까이 하고서야 비로소 똑똑히 봤다.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와 촘촘하고 길게 말아올려진 속눈썹을...... 서수연은 제 가슴을 턱턱 치며 요동치는 심장을 잠재우려 애썼다. 이대로 갔다간 저 남자 귀에까지 들릴지 몰라. “왜요? 속도 안 좋나?” “아니에요 그런 거.” 서수연은 그렇게 강준영을 따라 병원 진료실로 들어갔다. 간호사가 상처 부위 소독을 마치고 간단하게 붕대를 감아줬다. “다 됐어요.” 진료실에서 나온 서수연이 문 앞에서 기다리던 강준영에게 말했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척 넣은 채 복도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아파요?” “아니요, 오기 전에도 별로 아프진 않았어요. 챙겨줘서 고마워요.” 이 정도는 서수연에겐 아무 것도 아니다. 전엔 더 심하게 다쳤어도 누구 하나 아프냐 물어봐준 사람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강준영의 관심 어린 한마디가 훨씬 더 와닿았던 거다. 강준영이 입을 움찔거리며 뭔가 말하려 할 때, 그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려던 말을 멈추고 그가 뒤돌아섰다. “여보세요.” “왜 그래? 이따가 갈게 바로!” 굳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그게 임지혜라는 걸. 그 인기 스타에게 말할 때라야만이 강준영은 다정한 말투를 쓰곤 하니까. “일이 좀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전화를 끊은 강준영이 서수연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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