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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5장

“그래, 한 번도 네 일에 간섭한 적은 없지. 근데 이젠 달라. 수연이 내 손주 며느리인데 내가 걔 대신해서 말 좀 해야겠다.” 할머니는 거의 처음 보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수연이 오늘 어떻게 왔는지 알아?” 강준영은 그 질문이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왜요, 성훈이가 데려다준 거 아니에요?” 할머니가 한심하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성훈이가 데려다 줘? 아직도 거짓말 할래? 다른 남자 차 타고 왔더라! 하인이 그거 보고 나한테 말해 줬고! 남편 노릇을 어떻게 하길래 제 부인을 딴 남자 차에 앉혀 보내!” 강준영의 미간에도 힘이 꽉 들어갔다. 성훈에게 연락한 게 아니라면 누구 차를 타고 온 거지? 설마 배지성? 하! 말이 말 같지가 않나 보군, 또 그 놈이랑 붙어 먹었다니! “준영아, 수연이 좋은 애야. 네가 데리고 왔으면 못살게 굴진 말아야지! 다음엔 남더러 데려다주게 해선 안 된다. 네 부인이면 네가 책임지는 게 맞는 거야.” 강준영은 할머니 앞에선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할머니, 오늘은 제가 실수했어요. 다음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예요.” “아, 그리고.” 할머니가 서랍에서 전단 하나를 꺼내들었다. “혼인신고 했으면 우리도 수연이 섭섭하게 해선 안돼, 결혼식은 해야 한다고. 웨딩 회사들에 물어봐서 가져온 자료들이야. 시간 되면 둘이 같이 봐, 수연이 어떤 거 좋아하는지 물어도 보고.” 강준영은 결코 거기에 손을 뻗지 않았다. “할머니, 저희 아직 결혼식 올릴 생각은 없어요. 서수연도 이런 건 딱히 안 좋아하거든요, 혼인신고만 하면 돼요.” “결혼식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돼? 너 믿고 결혼한 앤데 결혼식을 건너뛰어? 미안하니까 필요 없다고 한 거지, 넌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어떡하니! 웨딩 드레스 입어보는 게 세상 모든 여자들 소원이야!” 서수연을 집에 들인 건 그저 어르신들을 잠시 속아넘기기 위함일 뿐이다. 모든 이들이 알게 되면 1년 뒤 갈라질 둘에게도 그닥 좋을 게 없지. 다만 굳건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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