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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8장

도준이가 똘망똘망한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도준이를 침대 머리에 기대 앉히고 이불을 잘 덮어준 뒤에야 고연화는 말을 시작했다. “도준아, 오늘 일은 뜻밖의 사고였을 뿐이야. 다신 이런 일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번 일을 교훈 삼아서 앞으론 경각심 놓지 말아야 돼. 근데 엄마랑 그건 약속하자, 이 일로 도준이 마음에 그늘지지 않겠다고, 응?” 행여 아이에게 정신적 장애라도 남길까 고연화는 차분히 도준이를 이끌어줬다. 엄마의 말에 도준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근데......너무 무서워......눈만 감으면 그 여자가 나 때리던 게 생각 나서......엄마, 이젠 엄마 옆에 꼭 붙어서 같이 출퇴근 하면 안돼? 평생 엄마 옆에서 안 떨어지면 안돼?” 늘 긍적적이고 밝던 아이가 겁을 잔뜩 먹은 모습에 고연화는 또다시 눈물을 글썽이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보야, 이젠 아빠 왔으니까 엄마 매일 회사 나갈 필요도 없어! 매일 도준이랑 동생들 옆에 있어줄 수 있고!” “진짜?” 도준이는 그제야 위안을 받은 듯 긴장을 내려놨다. “근데, 지금은 어려서 엄마 곁에 있을 수 있지만 도준이도 크면 독립이란 걸 해야 돼! 그땐 엄마가 매일 곁에 있겠다고 하면 도준이도 귀찮아할걸!” “그럴 리가! 난 평생 엄마 귀찮아할 일 없어! 오래오래 같이 있을 거야!” 이번엔 고연화 대신 허태윤이 다가와 아들의 볼을 꼬집었다. “꿈도 야무지네? 엄마는 아빠랑 오래오래 같이 있어야 하거든! 도준이 넌 크면 네 와이프한테나 그렇게 탁 달라붙어!” 흠칫 놀라던 도준이는 고개를 들어 아빠와 엄마를 번갈아 보더니 그제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엄마 아빠 다시 만나서 난 너무 좋아!” 고연화는 아이에게 미소 짓곤 허태윤을 한심하게 흘겨봤다. “애 앞에서 그런 말은 왜 해?” 허태윤이 의자를 빼 두 사람 곁에 앉아서는 말했다. “이 놈이 벌써부터 나한테서 너 뺏으려 하잖아, 그러니까 얼른 철 들어서 제 와이프 찾게 해줘야지?” “하! 애한테까지 질투를 하냐!” 그럴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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