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63장

마음 먹어봐도 여전히 저 여자를 엄마라 부르기엔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드디어 말귀를 알아듣는 도준이의 모습에 강현월의 웃음에도 얼마간 진심이 담겼다. “당연하지! 근데, 나오기 전에 엄마가 하는 질문에 답해야 돼! 잘 대답하면 엄마가 꺼내줄게, 알겠지?” 협조하려 마음 먹은 도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강현월이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 물었다. “도준아, 너 그동안 그 집에선 어떻게 지냈어?” 도준이가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음.....그럭저럭......” 그럭저럭이라는 말에 강현월의 눈빛은 금세 볼쾌함으로 바뀌었다. “그럭저럭이 뭐야! 자세하게 말해!” 강현월이 원하는 답을 알아차린 도준이가 그녀의 입맛에 맞게 대답을 바꿨다. “그럭저럭......그냥 그랬어......먹을 것도 있고 잘 곳도 있는데 아빠 친자식에 비하면 난 영원히 꼴등이야, 그 애들이랑 같은 것도 못 가지고......” 거짓말하는 기분은 참 별로다. 도준이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아서였다. 그동안 얼마나 잘 지냈는지, 엄마가 얼마나 사랑으로 키워줬는지를. 역시나 그건 강현월이 원했던 대답인 모양이다. 강현월은 동정이 섞인 눈빛을 보내왔다. “불쌍한 우리 아들, 입양아로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젠 괜찮아, 엄마가 왔으니까 엄마 곁에만 꼭 불어서 살자 알겠지?” 도준이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좋아!” 엄마는 대장부라면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얼른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 이 정도로 협조해주는 거야 뭐! 강현월이 만족스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해라! 엄만 이럴 줄 알았어, 도준이는 엄마 배신하지 않을 거란 거!” “어, 엄마, 그럼 이젠 꺼내 주면 안돼? 여기 너무 춥고 무서워......” “겁 먹지 말래도! 엄마 여기 있잖아! 엄마가 몇 개만 더 물을게!” “아......응!” 강현월의 눈가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도준아, 엄마가 없는 동안 고연화 그거랑 도준이 아빠는 어떻게 지냈어?” 도준이는 벌써 강현월의 질문 패턴을 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