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6장

더는 얼굴 붉히기 싫어 방을 나가려던 소피아는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아 맞다. 아빠, 이모랑 인하는 찾았어?” “며칠 뒤면 올 거야.” 소피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지금 어디 있는데?” 그 말에 토니안이 잔뜩 경계 태세를 취했다. “내가 몇 날 며칠을 타일렀으니까 넌 끼어들지 마! 네가 서희랑 화목하게 지낼 생각 없대도 강요는 안해! 최대한 마주칠 일 없게 각자 갈 길 가면 되고!” 어딘가 이상한 말에 소피아가 되물었다. “아빠, 각자 갈 길 간다니? 서희 이모랑 살고 난 버리겠다는 거야?” 또 글썽거리는 소피아의 모습에도 토니안은 더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 말 한 적 없으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또 질질 짜지 말고 가서 얼른 자기나 해!” 눈물마저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소피아는 떨떠름하면서도 멋쩍을 따름이다. 타일러 주지도 않는 아빠를 원망하며 눈물을 닦고 밖으로 나간다...... 하! 또 양서희랑 조인하가 아빠한테 뭐라고 한 거겠지! 그래서 아빠가 갈수록 냉랭해지는 거고! 조사만 다 끝나면 어떻게든 그 두 사람부터 손봐야겠다! ...... 이튿날. 첫 미국행 비행기가 붉게 물든 지평선을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간다...... 아침 해가 서서히 고개를 내민다. 성당 안, 예비 부부가 신부 앞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와 함께 할 것을 맹세하고 있다. 축복이 담긴 박수 소리에 키스 타임을 가지는 신랑 신부...... 결혼식이 끝나고 곧바로 시작된 피로연. 허윤진이 남자친구 서명진의 손을 잡고 웨딩 드레스를 입은 유영에게로 다가왔다. “야야 유영! 너 웨딩 드레스 어디서 맞췄길래 이렇게 예뻐? 나한테도 알려줘라!” 사실 유영과 허윤진은 친근한 절친이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허나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던 유영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허윤진의 곁에 있던 잘생긴 남자를 바라봤다. “왜? 두 사람도 곧 결혼할 건가 봐?” 깜짝 놀란 허윤진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늘상 머리를 거치지 않은 채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