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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장

남자의 속내를 들여다 보기라도 하듯 발을 든 고연화는 마침 휠체어를 차 그의 앞에 정확히 전달해줬다. 휠체어와 고연화를 번갈아 본 남자가 담담하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조금씩 몸을 움직여 휠체어에 앉은 남자는 고연화 앞으로 다가와 테이블에 놓인 물을 마셨다, 두 사람 모두 마셨던 그 물을. 답장을 하고 있던 고연화는 주변시로 윤준협이 물을 마시는 걸 보고는 고개를 들어 힐끗 쳐다보더니 다니 키보드를 두드렸다. “고연화 씨는 날 엄청 좋아하는 눈치네?” 갑작스런 윤준협의 말에 손가락을 멈칫하던 고연화는 눈꺼풀도 들지 않은 채 답했다. “엄청 좋아하는데 문제 있나?” 돌직구 같은 대답에 윤준협은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날 싫어할 줄 알았는데.” 고연화가 콧방귀를 탁 뀌었다. “싫어하는 것도 맞고 좋아하는 것도 맞고.” 윤준협이 고연화를 지그시 쳐다봤다. “당신은 확실히 딴 여자랑은 다르네.” “참 나, 기억 잃고 여자 몇이나 봤다고. 3년 내내 감금 당했으면서 겨우 소피아만 보고 지낸 거 아니야?” 자신을 더없이 얕잡아 보는 듯한 고연화의 말투에 윤준협의 표정도 덩달아 어두워졌다. 고연화는 휴대폰을 내려두더니 땀부터 닦으라는 듯 휴지를 건네줬다. “씻고 옷 갈아 입어야 되는 거 아니야? 소피아한테 재활하는 거 들키면 안 되잖아.” 휴지를 받아쥔 남자가 무뚝뚝하게 답했다. “걱정 마, 당신 가면 알아서 씻을 거니까.” 남자의 힘 없는 두 다리와 얼굴을 번갈아 보던 고연화가 말했다. “내가 여기서 당신 씻는 거 보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 “무섭긴 뭐가 무서워? 당신은 벌써 다 봤을 텐데?” 고연화가 나른하게 턱을 척 괴었다. “보긴 봤는데 그땐 어려서 자세히는 못 봤지!” “......” 세상에, 이런 망측한 발언을 다 봤나! 조용히 앉아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시원이는 지금 상황이 놀라울 따름이다. 엄마가 누구랑 이렇게 오래 얘기하는 것도, 같은 물병을 공유하는 것도 본 적이 없는데...... “엄마, 잘생긴 아빠랑 아는 사이야?” 고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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