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9장

육호중이 콧방귀를 끼고는 유영을 쳐다봤다. “유영아, 너 밖에서 이렇게 업신여겨지면 안 돼! 몸도 마음도 다 다친다고!” 그와 동시에 육호중은 유영의 앞에 놓여진 잔에 힐끗 눈짓을 보냈다. 육호중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유영이다. 진작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던 유영은 이미지고 뭐고 생각지도 않은 채 쥬스를 박정태의 얼굴에 들이부었다...... 촤악!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끈적끈적한 쥬스를 뒤집어 쓴 박정태는 특별히 장만한 고급 정장이 더럽혀 졌다는 사실에 곧장 손을 치켜 들었다. “이런 미......” 그때, 육호중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끊어냈다. “여성 존중!” 움찔 놀란 박정태는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더 큰 일을 망쳐선 안 된다! 얼떨결에 찾아온 천운인데 꽉 붙들어야지! 결국 박정태는 억지로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유영 씨, 이렇게 해서라도 화 풀리면 받아들일게 나도.” 그리고는 또 육호중에게 말했다. “부사장님, 지금도 제가 여자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보십니까?” 육호중은 눈길조차 주기 귀찮았는지 입을 열었다. “가 봐.” “그럼 내일부터 신월 그룹 입사하는 겁니까?” “그래.” 불안해 하던 박정태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웃어 보이더니 유영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박정태가 자리를 뜬 뒤, 유영이 미간을 찌푸리고 육호중을 바라봤다. “왜 저런 놈더러 입사하라고 하는데요? 진심 아니라는 거 분명 알면서!” 육호중이 금세 다정해진 눈빛으로 말했다. “당연히 알지.” “근데 왜 내일 입사하라고 해요?” 육호중이 못마땅해하며 씩씩대는 유영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봤다. “그렇게 괴롭혔는데 쥬스 한 잔 붓는 거로 되겠어? 입사시켜야 내가 천천히 참교육 해주지.” 움찔 놀란 유영은 곧장 육호중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말 좀 심하게 했을 뿐인데, 진짜 괴롭힌 적도 없고. 그리고......그리고......” 육호중이 유영의 귓가에 입을 바짝 붙이고는 속삭였다. “그리고 뭐?” 콧바람에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