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9장
인제 민망함은 신이서의 몫이었다. 아까 발걸음을 멈추지 말았어야 했다.
“한 통 줘요, 그럼.”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송서림이었다.
깔끔한 양복 차림의 남자가 점잖게 서서 냉랭한 말투로 낯뜨거운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신이서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송서림을 쳐다보았다. 송서림이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
“아직은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거든요.”
신이서는 민망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뜻이 아니잖아요.’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알바생이 먼저 열정적으로 말했다.
“한 통만 사면 수지가 맞지 않아요. 아까 판매원이 그러는데 가장 추천하는 제품은 이거래요.”
그러고는 테이블 밑에서 판자를 꺼냈는데 위에 여러 가지 색상의 콘돔이 붙어있었다. 알바생이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건 혼합용이에요. 일반 버전과 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 그리고 야한 버전의 샘플도 있는데 이걸 사면 제가 몰래 몇 개 더 챙겨드릴게요.”
이건 뭐 채소를 사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이런 것도 흥정이 가능하다고?
비록 이젠 여자들이 이런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긴 하지만 정작 말을 꺼내면 그래도 여전히 민망했다. 신이서는 옆에서 계속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런 그녀와 달리 송서림은 덤덤하기만 했다.
“괜찮아요. 일반 버전이면 충분해요.”
‘충분하다고? 이 말이 왜 이렇게 이상하게 들리지?’
신이서의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알바생도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재빨리 두 통을 꺼냈다. 그러고는 두리번거리면서 신상 샘플도 몇 개 챙겨주었다.
“서비스예요. 또 오세요.”
“네.”
송서림은 아주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걸음 옮기고 나서야 신이서가 말했다.
“당신 왜...”
“미리 챙겨둬서 나쁠 건 없잖아.”
송서림이 대답했다.
“아까 그 복잡한 거 사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신이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부 사이에 이런 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송서림은 그녀를 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가 충분하다고 했던 건 다른 도움이 필요 없이...”
신이서가 그의 입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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