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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장

김준수는 송서림의 눈빛에 몸을 흠칫하더니 목소리를 한번 가다듬고 말했다. “정인이 찾으러 온 거죠? 마침 잘됐네요. 정인이는 오늘부로 회사를 그만둘 겁니다!” “입 안 닥쳐?!” 김준수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유정인의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뭔데 나 대신 퇴사를 결정해!” 김준순는 그녀의 외침에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돌아와 말했다. “유정인, 시장통 아줌마처럼 왜 이래? 교양 없이 굴지 마.” “시장통 아줌마? 야 김준수 잊었나 본데 나한테 먼저 구애한 거 너야. 졸업식 날 평생 나한테 잘하겠다고, 만약 약속을 어기면 그때는 어떤 천벌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한 거 너라고. 이제 너는 네 말대로 천벌을 받게 될 거야.” 유정인은 마치 저주를 걸기라도 하듯 김준수를 빤히 노려보며 말했다. 이에 김준수는 잠깐 흠칫했지만 곧바로 다시 한숨을 내쉬며 피해자인 척 연기하기 시작했다. “정인아, 나는 정말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아내한테 이렇게 헌신적인 사람은 나밖에...” “네가 나한테 헌신을 했다고? 밖에서는 세상 착한 남편인 척 연기를 하면서 집안에서는 내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게 나한테 헌신한 거야? 네가 말하고도 웃기지 않냐? 그리고 아까 나한테 나는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고 했지? 그러는 넌? 공부도 지지리 못했던 네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던 게 누구 덕인지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내가 밤새 너 공부하는 거 도와준 덕이잖아! 그냥 솔직하게 말해. 내가 전처럼 예쁘지도 않고 커리어도 너보다 못하니까 싫어진 거라고. 핑계를 내가 아닌 너한테서 찾아보라고. 그리고 한번 잘 생각해봐. 네가 다른 애들한테 밀려서 자존감 떨어져 있을 때 내가 한 번이라도 네 자존감 깎아 먹은 적이 있었나! 우리 최소한 치졸하게는 살지 말자.” “너...!” 김준수는 그 말에 뭔가 대꾸하려다가 송서림 일행이 있는 걸 상기하고는 바로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유정인이 코웃음을 치며 싸늘하게 대꾸했다. “야, 쇼 그만해. 역겨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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