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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장

“해외로 가겠다고 한 나를 붙잡은 건 너야! 평생 잘해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너고!” 유정인은 주먹을 꽉 말아쥐며 소리쳤다. “그래서 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뭔데? 큰집에도 살게 해주고 생활비도 꼬박꼬박 주고 딸을 낳아도 너한테는 원망 한번 늘어놓지 않았잖아. 그런데도 내가 못 해줬다고 생각해? 너 지금 네가 얼마나 대단한 가치가 있는 여자인 것처럼 말하는데 나 아니면 너 데려갈 사람 없어. 그리고 뭐 일을 하겠다고? 5년 동안 집에서 살만 찌운 네가 일을 제대로 할 수나 있다고 생각해?” 김준수는 상처를 손으로 꼭 감싼 채 유정인에게 못된 말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유정인은 그의 말에 끝끝내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그 눈물을 보고도 김준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널 붙잡은 건 맞아. 하지만 결국 선택을 한 건 너잖아. 만약 그 일자리가 그렇게 탐이 났으면 나를 버렸어야지. 나 때문에 네가 지금 이렇게 됐다고 말하고 싶은가 본데 틀렸어. 너는 그때 내가 널 붙잡아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왜냐고? 넌 그 자리에 어울릴 만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나를 도피처로 생각한 주제에 어디서 큰소리야?! 그리고 이런 너를 내가 거둬줬으면 내조라도 잘해야지. 어떻게 서른 살이나 먹고 아직도 아내 노릇을 못 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딱 두 가지야. 집에서 애를 잘 돌보고 우리 엄마 잘 보살펴주는 거.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이제부터 계속 내 말만 들어.” 심영자도 옆에서 거들었다. “준수 말 틀린 거 하나 없으니까 잘 새겨들어. 쯧쯧, 감사한 줄도 모르고 이게 어디서 행패야! 그리고 솔직히 여자가 달라붙는 것도 다 우리 아들이 잘나서 그런 거지!” 두 사람의 막말에 유정인은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고작 김준수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지금 이 순간 가치가 없게 느껴졌다. 그녀가 사랑 때문에 했던 선택을 그들은 도피처로 매도하며 오히려 그녀의 잘못이라며 탓을 했다. 이보다 더 가슴 시린 상황이 어디 있을까. 유정인은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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