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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장

송서림은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화가 나면 날수록 차분해지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 순간 송서림은 검은 눈동자에 서리가 내려앉은 듯 눈빛이 차가웠고 조금의 자비도 없이 양라희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양라희,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 “서림 오빠, 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두려움이 가슴을 뒤흔들자 양라희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더듬었다. “그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생각해 봐.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테니까.” “서림 오빠, 전에는 내가 좀 지나쳤단 거 알아. 나는 이서 씨가 오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고 오빠가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응원해. 이서 씨는 정말 좋은 여자야. 오빠의 정체를 알게 된 후에도 진심을 다해 오빠를 대할 거 같아.” 양라희는 눈가가 촉촉해진 채 송서림을 바라봤다. 하지만 송서림의 손가락은 힘을 풀기는커녕 점점 더 꽉 조여왔다. “날 협박하는 거야? 내 정체를 폭로하려고?” “아, 아니. 감히 그럴 생각 없어. 난 그저 오빠 최고의 조수가 되어 지산 그룹을 무너뜨리고 싶을 뿐이야.” 양라희는 겁이 나서 목이 메었다. “양라희, 머리가 똑똑하긴 한데 엉뚱한 데 쓰지 마. 내 성격 알잖아.” 그렇게 말하며 송서림은 양라희를 놓아주었다. 양라희는 바닥에 주저앉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송서림은 다그치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떨어뜨린 건 너니까 회사 가기 전에 치우고 가.” 양라희는 송서림이 자신에게 굴욕을 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알겠어.” 그리고 송서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양라희는 몸을 일으키고 발 옆에 있는 가방을 미친 사람처럼 힘껏 옆으로 차버렸다.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아무도 내게서 뺏어갈 수 없어!’ 그런 생각과 함께 양라희는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가방을 들고 휴대폰을 꺼내 강청하의 어머니인 손정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손정숙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양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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