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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장

“남자 입에서 나오는 건 거짓말밖에 없어. 네 아빠도 예전에 그 여자랑 일한다고 했거든. 그 일을 침대에서 논할 줄 누가 알았겠어?” 전수미는 말하면서 혀를 끌끌 찼다. 과거의 상처를 끄집어내는 게 늘 힘들기만 했었는데 그때 당시 바보였던 자신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 해도 고통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고 하마터면 송서림마저 잃을뻔했다. 여자는 나 자신외에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이 진리를 깨닫게 될 텐데 결국 믿을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전수미의 말에 송서림은 말문이 막혔다. 늘 공과 사를 잘 구별한다고 자부해왔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그걸 구별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양라희는 송서림과 수년간 함께 일해왔기 때문에 그의 성격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매번 일을 핑계 삼아 옆에 두는 일이 반복됐고 신이서는 점점 더 그를 오해하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송서림의 모습을 보자 전수미는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송서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서림아, 사랑을 할 때에는 상대방이 네 마음을 알아차릴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 너도 표현 안 하고, 이서도 표현하지 않으면 그렇게 이번 생은 지나가는 거야. 다음 생이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 송서림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전수미는 뒤돌아 부엌을 나왔다. 마침 신이서는 방에서 이불과 베캐를 가져와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 밤은 소파에서 자려는 모양이다. 하긴 전수미가 모든 걸 알아차린 마당에 굳이 부부인척하면서 같이 잘 필요가 없었다. 전수미는 자신이 말린다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는지 딱히 별말이 없었다. 그녀는 두 사람이 스스로 본인의 마음을 깨닫기를 한발 물러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송서림에게 했던 말들은 그들의 관계에 너무 필요한 것이지만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운명에 달려있다. 하지만 전수미는 두 사람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진심이 느껴졌고 그들에게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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