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3장

신이서는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도 못했는데 전수미는 되레 의미심장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신이서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서야, 방 좀 치워줘. 오늘은 자고 갈란다.” 신이서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머님, 저랑 서림 씨가 어떤 상황인지 잘 아시잖아요...” “그건 너희 둘이 서로 조율해. 그래도 결혼한 건 맞잖아.” 전수미는 한 마디를 남기고 부엌으로 직행했다. 신이서는 무력감이 밀려왔지만 결국 방으로 가서 새 침대 시트로 갈아줬다. ... 그 시각 부엌. 부엌으로 들어간 전수미는 가정적인 송서림의 모습을 보고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순간순간 양라희가 떠오를 때마다 절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송서림은 눈치챈 듯 전수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수도를 잠그고 차분히 바라봤다.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이서랑 잠깐 얘기했는데... 아이고...” 전수미는 일부러 거창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부엌을 정리하던 송서림은 그 반응에 흠칫하더니 곧바로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요?” 전수미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이 결혼이...” 말하려다가 머뭇거리는 전수미의 모습에 송서림은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니, 확실하게 말해주세요.” “너도 긴장이라는 걸 하는구나? 아예 감흥이 없는 줄 알았는데.” 장난스레 묻는 전수미를 보고서야 송서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신이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전수미가 장난치려고 무게 잡은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송서림도 신이서가 어떤 성격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신이서는 은혜에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어찌 됐든 어머니가 지금 살아계신 건 전부 그들이 도와준 덕분이기에 제멋대로 먼저 이혼하겠다며 나설 리가 없다. 송서림은 자신의 추측을 거의 확신했다. 그러나 아들이 어떤 속셈을 가졌는지 엄마인 전수민의 눈에는 아주 훤히 보였다. 일부러 머뭇거리며 말끝을 흐렸던 건 의도적으로 송서림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송서림은 냉철하고 현명한 사람이다. 매사를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성향을 가졌기에 보통 모든 경우의 수를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