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07장
지아와 고현진의 약혼 과정은 순조로웠다.
두 사람이 테이블마다 술을 권하고 있을 때 무대 위의 조명이 모두 켜졌다.
라영은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서서 시끌벅적한 하객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오빠, 내가 늦게 왔어. 오빠는 어디야?”
하객들은 이 상황을 보며 무대 위의 소녀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그녀는 이렇게 지아와 같은 스타일의 흰 드레스를 입고 무대 중앙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 가냐린 몸매는 가을바람 속에서 허덕이는 매미 날개처럼 조금만 힘을 주면 부서질 것 같아 보기만 해도 불쌍했다.
지아가 라영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는 라영을 보자마자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자세히 보면 정교한 메이크업을 했지만 그녀의 얼굴은 왠지 자신과 매우 비슷해 보였다.
이때 그녀는 며칠 전 회사에서 떠돌던 소문을 떠올랐는데 보아하니 사실인가보다.
지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고현진을 바라보니 그의 눈빛에는 슬픔과 자제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지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속에는 은은한 불안감이 맴돌았고, 그녀의 눈빛은 흐트러져 마치 마른 우물처럼 전혀 생기가 없었다.
‘난 그동안 이 여자의 대역이었단 말인가?’
지아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떫고 쓰라린 목구멍에서 가끔 비리고 달곰한 맛이 느껴져 전혀 입을 열고 물어볼 수 없었다.
다행히 은미라의 신변에 있는 사람이 눈치 빠르게 라영을 끌고 나갔다.
‘사람이 괜찮으면 됐어.’
고현진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라영이가 떠나자마자 은미라는 슬기롭게 무대에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고 라영의 신분을 설명했다.
“실례해서 죄송합니다. 이 아가씨는 우리 딸이자 현진이 동생인 라영이였어요.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자라 제멋대로여서 웃음거리가 됐네요.”
은미라가 직접 설명하자 하객들은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즉시 토론을 멈췄다.
그러나 이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속으로 뻔히 알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대가족의 비밀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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