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24장

유은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정민이 화낼까 봐 두려웠고 자신에게 주었던 모든 것을 다시 빼앗아 갈까 봐 두려웠다. 이미 사치에 젖어버린 그녀에게 이전의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옥과 같았다. 게다가 지금은 고향에도 돌아갈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었고 이진 그룹에서의 일자리마저 지킬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유은미는 공포에 휩싸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민을 화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겁먹은 듯 눈물을 닦고 애처로운 모습으로 이정민에게 다가가 마치 귀한 보물을 껴안듯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순종적인 모습에 이정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녀의 눈물로 젖은 눈가에 입을 맞추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회사 상황을 너도 잘 알잖아. 현실을 바꾸려면 난 은서와 결혼해야만 해. 내가 은서와 결혼해야만 그 소문들이 스스로 사라지는 거야. 오늘 밤 이후로는 당분간 만나지 말자. 나중에 상황이 정리되면 우리 제대로 다시 만나는 거야. 알았지?” 물어보는 말투였지만 유은미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이정민에게 인정받고 명실상부한 그의 아내가 되길 꿈꿨었다니. 지금 보면 이정민은 처음부터 백은서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정민의 마음을 얻는 것뿐이었다. 가능하다면 아이를 갖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만남 이후 헤어져야 한다면 더욱더 노력해야 했다. 그렇다면 오늘 밤을 그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드는 수밖에. 유은미는 발끝을 세우고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촉촉한 입술은 이슬 맺힌 장미 꽃잎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입술과 이 사이의 끈적한 애무는 이정민을 순간적으로 욕정에 사로잡히게 했다. 그는 유은미를 소파에 밀어 넘어뜨리고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리며 가볍게 끌어당겼다. 이것은 어쩌면 유은미의 마지막 희망이었고 이정민의 마지막 광란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