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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6장

한밤중. 이정민은 몰래 백은서의 방으로 돌아와 아직도 잠들어 있는 그녀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조심스럽게 침대로 올라갔다. 유은미와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력 소모량이 많은 그는 피곤해서 곧 잠에 곯아 떨어졌다. 어둠 속에서 백은서는 두 눈을 번쩍 뜨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서늘하고 일그러진 눈빛으로 독사처럼 침대에 도사리고 자신의 사냥감을 노려보고 있었다. 기회를 잡아 아이만 가진다면 이민정과 신이서가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 다짐했다. 이튿날 아침. 송서림은 일찍 일어나 신이서와 함께 아침 운동을 하려 했다. ‘이 남자의 체력이 너무 넘치는 거 아니야?’ 온몸이 부서질 것만 같은 신이서은 손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고 눈도 뜨지 못한 채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 “안 가요. 좀 더 잘래요...” 모처럼 늦잠을 잘 수 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하자니 진짜 어려운 일이었다. 송서림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더니 혼자 운동하러 나갔다. 호텔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는데 호텔 외곽에 슬레이트 오솔길에서 조깅하기 좋았다. 양쪽에 나무가 울창하고 산소 함량이 매우 높아 한 바퀴를 뛰고 난 송서림은 느낌이 매우 좋았다. 시간이 충분한지 확인하고 잠시 휴식한 후 그는 오솔길을 따라 조깅을 계속했다. 백은서는 밤새워 뒤척이다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아침 일찍 방을 나갔다. 이정민을 보면 짜증 날 것 같아서 그녀는 조용한 곳을 찾아 마음을 추스르려 했다. 어젯밤 잠을 설쳤더니 그녀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는데 눈 아래까지 드리운 다크서클은 아무리 가려도 가려지지 않았다. ‘망할 놈의 연놈, 내가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하면 너희들을 영원히 매장할 거야!’ 백은서는 어쩔 수 없었다. ‘요즘 커디션이 너무 안 좋으니 시내로 돌아가면 가장 비싸고 좋은 보톡스를 맞으러 가야지.’ 지금 미모는 그녀의 가장 큰 자본이었다. 그녀는 단아한 화장을 하고 비교적 일상적인 색상의 립스틱을 골라서 뚜껑을 열려고 했는데 립스틱이 미끄러져 멀리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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