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4장
“어르신, 사모님께서 이미 괜찮다고 하셨으니 괜찮을 거예요. 지금 사모님께서 대신 회사를 관리하고 있는데 당연히 어르신께 해를 끼칠 리가 없잖아요. 단지 존중하는 마음에서 사인을 부탁하는 것이고 어르신의 사인을 받아야만 학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어요.”
말하는 사람은 용태희의 비서였고 용태희가 비서에게 이런 말을 시켰다는 건 굳이 짐작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용진숙에게 욕이라도 들을까 봐 정작 용태희 본인은 오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용진숙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회사를 넘기고 결정권을 맡기려는 건지 시험하는 것도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용진숙도 용태희의 속셈을 알아차렸지만 굳이 들추지는 않고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이미 물러난 상태나 다름없는데 내가 사인하면 사람들이 태희가 나한테 의지한다고 생각하잖아. 그러면 걔가 어떻게 용성그룹을 완전히 장악해?”
비서는 이 말을 듣고 순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
용진숙은 비서에게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덧붙였다.
“내가 보고서를 원한 건 태희가 홀로 나설 수 있고 사람들도 결과를 원하기 때문이야. 안 그래?”
비서는 말문이 막혔고 용진숙은 손을 내저었다.
“가서 태희에게 전해. 조심하라고, 너무 서두르지 말고.”
비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용진숙은 미소를 지었고 비서도 뒤돌아서서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나간 뒤 신이서가 문을 두드렸다.
용진숙은 비서가 또 다른 핑곗거리를 들고 온 줄 알고 다소 짜증이 났다.
“들어와.”
들어온 사람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
“이서야, 여긴 무슨 일이야?”
“산부인과 검진 받으러 왔다가 잠깐 뵈러 왔는데 우연히 두 분 얘기 들었어요. 그게...”
신이서는 물어봐도 될지 몰라서 말을 다 끝내지도 못했다.
송서림이 말을 이어갔다.
“용태희 쪽 사람인가요? 무슨 일 있어요?”
용진숙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태희가 이젠 나한테까지 수작을 부려. 날 문제가 있는 땅의 공사 결정권자로 만들어서 나중에 무슨 일이 잘못되면 내 탓으로 돌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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