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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장

신이서는 전수미와 헤어진 후 집 근처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송서림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장을 다 보고 집으로 가는 길, 신이서는 전수미가 했던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사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머리가 복잡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아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인생을 펴야겠다는 생각이나 벼락부자가 되고 싶다는 큰 행복을 바람 적이 없다. 유일한 바람이라면 신정훈과 최정희처럼 서로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인생의 파트너를 만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남편이 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도 송씨 가문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부자 말이다. 신이서는 속으로 지산 그룹의 가치를 숫자로 가늠하며 전수미네 가문이 얼마만큼의 재력가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고 속으로 억 단위까지 생각했을 때 완전히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왜 송서림이 그 사실을 숨겼는지를 말이다. 처음에는 그녀가 재산을 탐낼 수도 있어 그런다고는 해도 사이가 좋아진 뒤로는 충분히 말할 수 있었다. ‘역시 아직 날 믿지 못하는 건가?’ 신이서는 잠깐 고개를 숙인 채 뭔가 생각하다가 이내 송서림에게도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만약 송서림이 정말 그녀를 경계했으면 지금 있는 새집으로 이사하자는 말도 꺼내지 않았을 테고 유일 테크에 입사하게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송서림은 공을 들여 누구 한 명 바보로 만들 정도로 나쁜 사람도 아니고 그런 것에 시간을 허비할 만큼 한가한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일련의 분석 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송서림을 용서해줄 생각은 없었다. ‘연기하는 것쯤은 나도 할 수 있어.’ 신이서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송서림은 토스트만 먹은 것 같았다.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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