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강서윤 씨, 난 갈수록 점점 더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애초에 먼저 거절해 놓고 왜 이제 와서 다시 매달리는 거예요?” 장수연의 눈빛이 조롱으로 물들자 당황한 건 강서윤이었다.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난 그런 거 전혀 상관없어요. 그저 이참에 확인 사살을 하는 거죠.” 그럴듯한 핑계를 둘러대는 강서윤의 모습에 장수연은 어이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강서윤 씨, 시간도 늦었는데 제가 데려다줄게요.” 장수연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노골적으로 조롱했고 강서윤도 이를 못 볼 리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미련, 뭐 그런 것일까?’ 머릿속으로 지난 일들이 서서히 떠올랐다. 어쩌면 3년 동안 자신을 다정하게 챙겨준 그 사람이 이제는 사라지자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석진은 복도에 서서 강서윤이 왜 그렇게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지 생각하며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윤아, 드디어 돌아왔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문석진은 무의식적으로 묻다가 옆에 있는 장수연을 보고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별일 아니야. 오는 길에 장수연 씨와 마주친 거야. 들어가자.” 그렇게 말한 뒤 강서윤은 싸늘한 모습으로 병실로 돌아갔고 그 모습에 문석진의 마음속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그가 대체 뭘 잘못해서 강서윤이 이토록 차갑게 구는 걸까. 문석진이 병원을 나서자 문씨 가문 사람들이 조용히 다가왔다. “석진아, 우리 일 너도 다 알겠지? 우린 네가 시키는 대로 했어. 네 누나 잘 부탁해.” 장도화는 얼굴에 설렘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고 이 말을 들은 문석진은 그저 슬쩍 돌아볼 뿐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만 가보셔도 돼요.” 문석진은 혹여 들키기라도 할까 봐 서둘러 그들을 떠나보냈고, 문씨 가문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2층에서 우연히 이 장면을 본 장수연은 분노에 찬 눈빛을 드러냈다.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