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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처음 이 여성이 병원에 왔을 때 이미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기 때문에 저희가 손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저도 원치 않았습니다.” 허남준이 설명하자 그제야 오영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가족분들도 들으셨죠? 따님께서 오셨을 때 이미 의식이 흐릿했습니다. 저희도 사람이 죽는 걸 보면서 그냥 둘 수가 없잖습니까.” 이 말을 들은 장도화는 자연스레 불만이 생겼다. “그게 무슨 말이죠?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장도화가 발끈하려는 것을 본 오영훈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오해입니다. 저희는 단지 있는 그대로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뿐입니다. 따지고 보면 양측에게 다 잘못이 있는데 굳이 일을 키울 필요는 없으니까요. 생명을 구하고 부상자를 돕는 것은 의사로서 우리의 의무이니 병원에서도 가족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영훈은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왜요, 고작 몇 마디 말로 그냥 넘기려고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 장도화는 말을 마친 후 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러분들이 뭐라고 얘기 좀 해보세요. 저희는 이제 어떡해야 하나요.” 말을 마친 그녀가 울면서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모두가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순식간에 그들을 동정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장도화의 눈에도 뿌듯한 기색이 가득했다. 이 사람들의 마음만 사로잡으면 걱정할 것이 없었다. 오영훈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의 걱정이 커졌다. 이 사람들이 장도화를 동정하고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해 반드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해야만 했다. 옆에 있던 장수연이 무의식적으로 허남준을 힐끗 쳐다보았다. 허남준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문 앞에 나타난 한 인물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대로 몸이 굳어지며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서윤아, 여긴 왜 왔어?” 문석진이 귀한 사람을 발견하고 제일 먼저 다가갔다. “소리가 나서 보러 왔어. 이미 간 거 아니었어?” 강서윤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문석진을 바라보자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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