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그로부터 며칠 동안, 강서윤은 추가 관찰을 위해 계속 입원해 있었다.
문석진은 내내 곁을 지켰다. 비록 마음 한편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애매했다.
어느 날, 문석진은 배달앱으로 잔뜩 기름진 튀김꼬치를 주문해 왔다.
“서윤아, 이거 좀 먹어봐.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네가 제일 좋아했던 거야.”
그는 환하게 웃으며 세트 음식을 건넸지만, 강서윤은 잠깐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왔다.
“치, 치워!”
문석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왜 그래? 예전에 네가 좋아해서 준비한 건데.”
마침 수액을 갈러 온 간호사가 그를 흘끗 보더니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참 똑똑하시네요.”
문석진은 매서운 눈길로 간호사를 노려봤다.
“지금 누구 보고 그런 말 하는 겁니까?”
간호사는 비웃듯 코웃음 쳤다.
“환자분은 위가 안 좋아서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해요. 그런데 느끼한 것만 잔뜩 사 오면 누가 먹을 수 있겠어요? 나이도 있으신 데 상식이 전혀 없나 보네요.”
간호사의 말을 들은 강서윤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쓸쓸해졌다.
예전 같았으면 허남준이 입맛에 맞는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병실 한켠에 챙겨뒀을 텐데, 지금 상황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
문석진은 부리나케 다가가며 억울해 보이는 표정으로 강서윤의 손을 잡았다.
“서윤아, 미안해. 그동안 내가 너한테 빚진 게 많아. 우리 사이에도 부족한 부분이 참 많지. 근데 걱정하지 마. 나한테 시간을 좀 주면 반드시 노력할게!”
“응.”
강서윤은 작게 대답했지만, 그 목소리에는 예전 같은 다정함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한편, 괜히 마음이 복잡했던 허남준은 일부러 강서윤이 있는 병실만 피해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지나칠 때마다 시선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고,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들리면 또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다가는 그의 정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 누군가가 불쑥 그의 등을 탁 쳤다.
“사부님!”
느닷없는 목소리에 허남준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그러고는 곧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돌아봤다.
“수연아, 좀 조용히 다닐 순 없어? 시끄럽게 굴지 말고 얌전히 있어 봐.”
장수연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살짝 내밀었다.
“어머, 사부님은 조용하고 얌전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구나? 그럼 저도 그쪽으로 변해볼까요?”
허남준은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너도 참...”
장수연은 갑자기 화제를 바꿔 돌직구를 날렸다.
“보고 싶으면 들어가 보세요.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 피해 다니세요?”
속마음을 딱 들켜버린 듯, 허남준은 순간 호흡이 가빠졌다.
“헛... 헛소리 작작 해. 누가 보고 싶대?”
장수연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
“됐어요, 사부님. 저한테 숨기지 마요. 저 심리학 전문가라니까요.”
“그래, 네 마음대로 생각해.”
허남준은 휙 돌아서더니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사부님! 저도 같이 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미련을 떨쳐내지 못했다.
강서윤이 최근 밥을 제대로 못 먹는다는 말을 듣고, 그는 서둘러 소화 잘되는 담백한 음식들을 정성껏 준비했다.
그렇게 병실 앞에 조심스레 다가갔는데, 문석진은 자리에 없고 강서윤 혼자 침대에 누워 쉬고 있었다.
망설이고 또 망설이던 끝에, 허남준은 문 앞에 음식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돌아서서 달아나듯 자리를 떴다.
마침 모퉁이를 돌아서자, 뒤에서 나타난 문석진이 어두운 안색으로 음식을 힐끔 살폈다.
“저 자식이 또 분수도 모르고 설치네. 두고 봐. 내가 언젠가 저 귀찮은 놈을 처리해 버릴 거니까.”
그는 슬쩍 주변을 살피더니 가져온 음식을 몽땅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이틀 동안이나, 허남준이 정성 들여 만든 식사가 죄다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그리고 어느 날, 장수연이 검사 기기를 들고 병실에 들어가 강서윤을 진찰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회복 경과가 꽤 좋아요. 내일이면 퇴원하셔도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