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허남준은 잔잔한 눈빛으로 강서윤을 안심시키듯 바라봤다.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잘 치료해 줄 테니까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
그 한마디에 강서윤은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문석진의 곁에 있을 때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그녀의 위병은 허남준보다 훨씬 심했지만, 이전에 허남준의 세심한 보살핌 덕분에 점차 회복된 상태였다.
그런데 요즘 회사 일에 치여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식사도 챙겨줄 사람이 없다 보니 결국 다시 도진 것이다.
치료가 끝난 뒤, 강서윤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허남준은 문석진을 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질책했다.
“전에 말한 적 있잖아요. 서윤 씨는 몸이 약해서 자극적인 음식은 먹으면 안 되고, 술도 절대 안 됩니다. 밥을 거르면 더 위험하고요. 어쩌면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어요? 아까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문석진은 콧방귀를 뀌듯 비웃었다.
“허 선생, 위치를 똑바로 해요. 이 사람은 제 아내예요. 어떻게 돌보든 제 마음이죠. 굳이 허 선생이 이래라저래라 할 필요 없거든요?”
그 말에 허남준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허 선생...”
문석진은 눈알을 굴리며 비꼬듯 말을 이었다.
“치료 끝났으면 이제 갈 길 가요. 혹시 아직도 서윤이 앞에서 잘 보이려는 건 아니죠? 똑똑히 기억해요. 둘은 이미 이혼했어요. 지금 서윤이는 내 여자니까 허 선생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요!”
허남준은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강서윤을 바라보며 치솟는 분노를 간신히 삼켰다.
하지만 뾰족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장수연이 뛰어왔다.
“이 사람 뭐예요? 저희 사부님은 환자 생각해서 치료해 주신 건데, 고맙다고 하진 못할망정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사부님께 사과하세요!”
문석진은 우스운 걸 봤다는 듯 피식 웃었다.
“웬 년이 시끄럽게 굴고 있네. 여긴 그쪽이 끼어들 자리 아니거든요.”
그는 두 사람을 번갈아 훑어보고는 갑자기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아하, 둘 사이에 뭔가 있나 보네요? 아니면 왜 이렇게 두둔해요?”
그러면서 그는 복도 쪽으로 큰소리치기 시작했다.
“여러분, 이거 보세요! 의사라는 양반이 자기 제자랑 사귀고 있어요! 완전 병원 분위기 망치는 거 아니에요? 게다가 이 의사 제 아내를 괴롭히고 있어요! 이런 몰상식한 사람은 병원에서 당장 쫓겨나야 해요!”
그 소리에 어느새 주변에 구경꾼들이 몰려들었지만, 오히려 비난의 화살은 문석진에게 향하고 있었다.
“저 사람 대체 뭐야? 말도 안 되는 억지 부리네.”
“맞아, 허 선생님 절대 그럴 분 아니야. 내가 좀 알거든.”
하지만 문석진은 남들 눈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허남준을 매섭게 노려봤다.
“앞으로 서윤이 보러 또 오면 가만 안 둡니다. 한 번이라도 마주치면 바로 손봐줄 거예요. 이 꼬맹이도 데리고 꺼져요! 안 그러면...”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뒤에서 발이 날아왔다.
문석진은 대비할 틈도 없이 그대로 거꾸러졌다.
그는 당황스럽게 일어나더니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누구야? 죽고 싶어?”
상대를 확인한 그는 얼굴이 굳어버렸다. 상대가 다름 아닌 장철민이었기 때문이다.
장철민 뒤에는 양복 차림의 보디가드가 따라왔는데, 손에는 허남준에게 선물로 주려고 준비한 감사패가 들려 있었다.
문석진은 당황한 기색으로 몸을 숙였다.
“장 대표님,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장철민은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차가운 시선으로 문석진을 노려보았다.
“전에 분명히 말했죠. 허 선생님한테 함부로 굴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어요?”
문석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장 대표님이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 이 사람이 제자랑 이상한 짓을 했을 뿐 아니라 제 아내까지 괴롭혔습니다.”
짝!
장철민의 손이 번개처럼 날아들어 문석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강한 타격에 문석진은 귀가 울렸고 입가에는 피가 맺혔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뺨을 감싸 쥐었다.
“장 대표님, 저한테... 왜 이러십니까?”
짝!
장철민은 다시 한번 가차 없이 손을 내리쳤다.
“누가 누구랑 이상한 짓을 한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