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왜 승찬 대군이 아닌 태자 전하께서 사람을 보내셨는지요?”
소희연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물었다.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세자 전하의 친아버지는 승찬 대군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기 아들을 다른 사람이 신경 쓰게 하는 건 무슨 도리인지요?”
남원군 부친과 태자는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전승군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로 소희연을 보았다.
“지금 날 비난하는 것이냐?”
“제가 어찌 감히.”
소희연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대군께서는 친왕이시고 높으신 분인데, 아들이 하나 더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신경 쓰는 척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호위무사까지 데리고 오셔서, 누굴 겁주려는 겁니까?”
태자는 화들짝 놀랐다.
이 말투는 분명 화를 억누르고 있다가 죄를 묻는 말투다.
군이의 억울함을 들은 후 소희연은 마음속에 화가 들끓고 있었다.
군이를 구박한 측비뿐만 아니라, 전승군에 대한 화가 더 컸다.
군이의 친아버지는 전승군이다. 그때 굳게 마음을 먹고 아이를 남겨주면서 그가 잘 키워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전승군은 이렇게 아들을 돌본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한테 신경 쓰지도 않고, 측비한테 구박받게 내버려두었다.
5살 난 아들이 집을 나가도 신경 쓰지 않았고, 만나자마자 훈계부터 했다. 사람을 보내는 것도 태자가 대신했고, 또 보낸 사람은 어떤 사람을 보냈는지, 더 이상 캐묻고 싶지도 않았다.
이씨 할멈 같은 악독한 사람한테 군이를 데려오게 하다니. 길가에서 주운 아들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희연은 생각할수록 더 화가 났다.
전승군이 군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승찬 대군 저택에는 여자도 많고 조만간 자식도 더 생길 것이다. 자식이 한 명 더 늘어나든 줄어들든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 전승군한테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다.
그가 아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이제부터 소희연이 소중히 여기면 될 일이다.
군이도 같이 데리고 떠나면 그만이다.
이 넓은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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