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남원군이 난처한 듯 웃으며 말했다.
“조 대감, 그게 무슨 뜻입니까?”
“남원군께서 모르신다면 굳이 캐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하오나, 소인은 황명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하는 것뿐이니 양해해 주십시오.”
조 대감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는 곧바로 소희연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네가 신고한 것이냐?”
소희연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조 대감이 냉엄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너는 네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보증할 수 있느냐? 허위 신고는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소희연은 단호하게 답했다.
“네, 보증할 수 있습니다. 대감께서 직접 신문해 보시면 금방 아실 것입니다.”
조 대감은 그녀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곧바로 땅에 묶여 입까지 틀어막힌 산적 두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자가 맞느냐?”
소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조 대감이 손을 들어 명령했다.
“끌고 가거라!”
즉시 병사들이 달려와 산적 두목을 붙잡고, 그의 손목과 발목에 무거운 족쇄를 채웠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남원군과 소실 홍씨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저 산적 두목이 경조부에 끌려가면 고문 한 번에 모든 사실을 실토할 것이 뻔했다. 만약 그가 소실 홍씨가 자객을 사주한 사실까지 털어놓는다면, 남원군 일가의 명예는 단번에 바닥을 칠 것이다!
소실 홍씨는 다급해진 나머지 얼굴까지 붉어지며, 남원군의 팔을 세차게 꼬집었다.
“어서 뭔가 대책을 세우세요!”
초조함 때문인지, 그녀는 순간적으로 복부에 묘한 통증이 느껴졌다.
남원군 역시 안절부절못했다.
조 대감과 신경혜가 나눈 대화가 혼란스럽기만 했고, 무슨 의미인지 곧바로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깊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즉흥적으로 외쳤다.
“조 대감, 이 자는 데려갈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요?”
조 대감이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남원군은 허둥지둥하며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저자는 우리 심씨 일가의 노비로 신분 문서까지 작성된 몸입니다. 집안에서 처분할 일이니, 굳이 경조부가 나설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소희연은 그 말을 듣고 비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댈 줄이야!
조 대감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며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남원군, 저자가 확실히 댁의 노비입니까? 거짓 증언은 중대한 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남원군의 부친이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지만 그가 아직 입을 열기도 전에 소실 홍씨가 남원군의 팔을 더욱 세게 꼬집으며 다급하게 재촉했다. 그러자 남원군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당연히 사실이지요! 제가 설마 거짓말이라도 했겠습니까?”
그 말이 떨어지자, 대청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조 대감의 싸늘한 표정을 본 남원군은 뒤늦게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생각을 정리하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설령 선영이가 자객을 사주했다고 해도, 경혜는 아직 죽지도 않았잖아? 기껏해야 미수에 그칠 거야. 우리 신씨 가문은 명문 가문이라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 설마 조 대감이 감히 선영이를 감옥에 넣겠어? 말도 안 되지!’
이렇게 결론을 내리자, 남원군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조성위는 황제의 최측근이니 그를 함부로 대할 수도 없어, 남원군은 말 몇 마디로 상황을 무마하려고 했다.
그때 조성위가 갑자기 엄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리 오너라!”
“예!”
병사들이 일제히 큰 소리로 대답했다.
“남원군 신홍철과 소실 홍씨를 잡아라!”
조성위의 차가운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곧바로 달려들어 남원군과 소실 홍씨를 단단히 붙잡고 땅에 꿇어앉혔다. 이어서 무거운 족쇄와 사슬을 채우려 했다.
이 광경을 본 대청의 하객들이 일제히 술렁였다.
남원군의 부친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멈추거라!”
하지만 조성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즉시 결박하라! 방해하는 자는 모두 공범으로 간주하겠다!”
그러고는 금패를 꺼내 번쩍 들어 보이며 명했다.
“남원군 저택을 즉시 봉쇄하라! 허가 없이 아무도 출입할 수 없도록 하라! 신씨 집안 사람들은 전원 감시하는데 한 명도 빠져나가선 안 된다!”
“황제의 금패 어명이다!”
하객들 사이에서 관직에 있는 이들이 경악하며 외쳤다.
황제의 명패가 내려졌으니, 조성위가 남원군 일가의 사람들을 모두 옥에 가둔다 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남원군의 부친은 어찌합니까?”
한 병사가 물었다.
조성위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모두 동일하게 처리하라!”
남원군 부친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하지만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조 대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주겠소?”
단순히 신경혜 한 사람 때문이라면, 남원군 일가 전체를 잡아들이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
하지만 조성위는 단호했다.
“설명할 필요 없다!”
“나리! 나리, 저를 구해 주세요!”
소실 홍씨는 병사들에게 짓눌린 채 울부짖었고, 무거운 족쇄가 손발을 옥죄었다. 그때 갑자기 배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일었다.
“아버지....”
신옥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몇 걸음 물러섰다.
놀란 눈빛으로 어머니와 함께 남원군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남원군 또한 병사들에게 팔이 비틀린 채 바닥에 꿇어앉아 있었고,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네놈들,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조성위, 네가 감히 남원군의 나를 모욕하다니, 반역을 도모할 셈이냐?”
하지만 조성위는 그의 고함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곧 남원군과 소실 홍씨의 손목과 발목에 단단한 족쇄가 채워졌고, 신옥혜와 신씨 가문의 넷째, 다섯째 아가씨 역시 병사들에게 둘러싸였다.
남원군의 부친은 신씨 가문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고, 전쟁에서 공을 세운 노장이었기에 조성위도 그에게만큼은 예의를 갖춰 족쇄를 채우지는 않았다.
다만 병사들을 붙여 감시하게 했다.
순식간에 남원군 저택은 축제 분위기에서 일순간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객들은 모두 경악과 혼란에 휩싸였지만, 금패까지 나온 이상 조성위가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님을 직감했다.
이제 신씨 가문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입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인물은, 얼마 전 시골에서 돌아온 셋째 아가씨, 신경혜였다.
소희연은 홀로 조용히 서서, 난장판이 된 대청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병사 두 명이 서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를 체포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듯한 태도였다.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경혜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기에 조성위까지 그녀를 보호하는가?
남원군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채 소리쳤다.
“신경혜! 네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우리 가문을 멸문시킬 셈이냐?”
소실 홍씨는 땅에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경혜야, 천 번, 만 번 다 내 잘못이다! 제발 나리와 네 언니만은 살려다오! 그들은 아무 죄도 없어. 네가 미워할 사람이 있다면 나뿐이다!”
신옥혜도 눈물 맺힌 채 흐느꼈다.
“경혜야, 네가 원망하는 것이 있다면 나에게 풀어라. 그러니 제발 아버지와 어머니를 용서해 줘.”
신옥혜는 눈물을 머금은 채 간절히 빌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송이 연약한 흰 꽃 같았다.
“경혜 언니, 우린 아무것도 몰라요. 우리도 용서해 줘요.”
신씨 가문 넷째와 다섯째 아가씨는 이미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애절한 호소는 마치 소희연이 잔혹한 악인이라도 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가 일부러 집안을 파멸시키러 돌아온 것처럼 말이다.
소희연은 조소를 머금으며 가볍게 말했다.
“저한테 애원해서 무슨 소용이죠? 제가 조 대감께 잡아들이라고 한 것도 아닌데요.”
“네가 아니면 누구겠느냐!”
소실 홍씨는 원한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소희연은 무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로 제 탓이 아닙니다. 원망하려면....”
‘남원군을 원망해야죠.’
그는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서둘러 스스로 죄를 뒤집어썼다.
마치 온 집안이 망하는 게 부족하기라도 한 듯.
소희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대문 밖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태자 전하 납시오!”
“승찬 대군 납시오!”
“승원 대군, 승명 대군 납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