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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이소현은 꿀잠에서 깨어나 시간을 확인했더니 오전 10시였다. “아-” 그녀는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역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편안하다니까.” 이소현은 침대에서 내려와 세수를 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밥을 챙겨 먹었다. 장씨 아주머니는 2인분의 아침을 만들어 놓았었다. 아주머니는 내려오고 있는 이소현을 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묻고 있었다. “아가씨, 오늘 대표님은 아침을 안 드시나요?” 이소현은 피단 살코기 죽을 들이키며 담담하게 답해주었다. “어젯밤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마 아침은 안 먹을 거예요.” “네.”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눈치챈 아주머니는 부엌으로 돌아갔다. 이소현이 아침밥을 다 마치고 나자 강지태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소현아, 웨딩드레스는 주문 제작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유명 브랜드 시즌 신상품으로 정할까?” 주문 제작할 시간이 있으려나? 그러고 보니 그녀는 자신의 약혼식 날짜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물었다. [우리 약혼식이 언제야?] 강지태가 답장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 네가 그쪽에서 일 마무리하는 시간을 봐 가면서 결정해야 될 것 같아.] 이소현이 문자를 보냈다. [알겠어. 9일 뒤에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강지태가 답했다. [그래.] 이소현이 카카오톡 대화창을 닫으려던 그때 갑자기 고진우의 채팅창에 빨간 점이 나타났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확인을 해 보니 보내온 건 동영상이었다. 어두컴컴한 룸 안에서 술에 취한 고진우가 주하영의 품에 기대어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영아, 네가 드디어 돌아왔어. 난 네가... 돌아올 줄 알았어. 내가 널... 5년이나 기다렸어.” 배경음은 사람들이 맞장구를 치며 야유하는 시끌벅적한 소리들이었고 이소현은 고진우의 친구들하고 소진희의 목소리를 어렴풋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들 그녀와도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동영상 속의 주하영은 고진우를 감싸안으며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진우야, 많이 취했나 보네.” 주하영은 주하영의 품에서 몸을 비비며 계속하여 말을 내뱉었다. “아니야... 나 안 취했어... 지금 정신이 말짱해... 넌 주하영이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야. 확실해... 하나도 안 취했다니까...” 누군가가 언성을 높여 묻고 있었다. “진우야, 주하영이 네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면 이소현은 뭐가 돼?” 고진우가 답했다. “이소현이 누구야? 난 우리 하영이만 사랑해...” “형수님, 진우 오빠가 언니한테 일편단심이네.” 소진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술에 취한 뒤로 언니한테만 딱 붙어있잖아. 오빠 마음에는 언니밖에 없나 봐.” 그 말을 듣고 나자 이소현은 자소적인 눈빛을 띠게 되었다. 형수님이라는 그 호칭은 고진우와 연애하는 기간 동안 그들한테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러할 것이 이 무리의 사람들은 그녀를 고진우의 여자친구로 여기지도 않았었다. “이소현 너무 뻔뻔스러운 거 아니야! 하영이도 돌아왔는데 왜 아직도 진우 옆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소진희의 친구였다. 전에 이소현이 준 선물이 가짜라고 한 바로 그 여자였고 평소에도 이소현한테 싸늘한 태도로 임하곤 했었다. 이내 소진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안 배경 하나 없는 애가 부잣집 자식인 진우 오빠를 쉽게 놔줄 리가 없잖아.” 이소현은 눈빛을 아래로 떨구고는 입가에 차디찬 미소를 띠고 있었다. 소진희는 그녀 앞에서 감히 이러한 말들을 내뱉을 자가 아니었다. 그러니 소진희 생일 파티에서 느꼈던 소진희의 혐오감이 착각이 아니었다는 걸 이제는 확신할 수가 있었다. 소진희가 비록 겉으로는 그녀한테 친절한 척 다정한 척하지만 사실상 그들과 다를 바가 없이 그녀를 경멸하는 것이다. “하영 언니, 걱정 마, 우리는 언니 편이야.” “맞아. 우리 모두 이소현을 싫어해. 그리고 걔도 자기 신분을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무슨 자격으로 우리하고 가까이 지낼 수가 있겠어.” “내 생각엔 이소현이 어릴 적 연애 소설에 푹 빠져있었을 거야. 머릿속에 온통 부잣집에 시집갈 생각뿐이잖아. 웃겨 죽겠어. 우리한테 있어서 놀림감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던데.” “그러게 말이야. 우리하고 완전 다른 계층이잖아. 진우 오빠도 그냥 장난삼아 그 여자하고 연애하는 거 아니었어? 이제 하영 언니도 돌아왔는데 이소현은 알아서 떨어져 나가야지.” 이소현은 평온하기만 했다. 주하영이 자신의 주도권을 선언하려는 목적 외에도 그녀한테 모욕감을 주는 동시에 그녀가 현실을 직시하고 고진우를 떠나게 하려는 목적으로 이 동영상을 보냈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주하영은 그녀가 이 동영상을 보고 난 뒤 눈물을 펑펑 흘리며 고진우한테 헤어지자는 메시지를 보내고는 낙담한 채로 고향에 내려갈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영상 속 인물들이 한 말들이 이소현한테 있어서 일말의 타격감도 없다는 걸 주하영은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동영상 안에서는 고진우가 계속하여 주하영한테 애정 어린 말들을 내뱉고 있었고 그러한 모습들이 역겹기만 한 이소현은 재생되어 가는 동영상을 정지해 버렸다. 그녀는 곧장 메시지를 전송했다. [당신들하고 확실히 같은 계층이 아닌 것 같네.] 주하영은 그 메시지에 입꼬리를 올리며 곧바로 고진우의 휴대폰을 들고 답장을 했다. [눈치는 있네.] 이소현은 피식 콧방귀를 터뜨렸다. 국성 그룹의 소규모 사업들은 그녀의 집안 그룹 지사만도 못한 규모였다. 그리고 국성 그룹이 매년 내는 수익은 이석동이 아무렇게나 심심풀이로 투자하는 투자금으로도 턱없이 부족할 정도였다. 이씨네 가문의 산업들은 벌써 4대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고 그녀 세대에 이르러서는 벌써 전국 10위 안에 드는 명문 가문으로 자리잡혀 있었다. 그러니 고진우와 같은 일반 부잣집 자식들하고는 확실히 차원이 다른 계층이다. 그들은 이소현의 ‘이’ 씨가 이석동의 ‘이’ 씨와 같은 성일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에피소드로는 이소현의 기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모처럼 휴식하는 시간이라 그녀는 오늘 어디도 나가지 않고 방에 앉아 하루 종일 주요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를 둘러보며 약혼 예복을 고르고 있었다. 고르고 골라 이소현은 세 벌의 드레스가 마음에 들었고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첫 번째 드레스는 고대의 미가 물씬 풍기는 치파우 스타일로 샴페인 색 바탕에 분홍색 자수 사이에 작은 큐빅이 장식되어 있었다. 좌우에는 작은 진주가 세 가닥으로 이루어진 장식 체인이 목둘레에서 위팔을 비스듬히 돌아 등까지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화려하고도 눈부신 그 드레스는 발랄한 그녀와 잘 어울리는 듯했다. 두 번째 드레스는 월백색의 튜브톱 단색 드레스였다. 가슴 쪽에는 장미꽃으로 장식되었고 허리와 엉덩이 쪽을 살짝 조여준 뒤 꼬리 모양의 치맛자락은 땅에 끌릴 정도로 늘어져 있는 게 우아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세 번째 드레스는 크림색 오픈 숄더의 공주 드레스였다. 가장 바깥쪽은 얇은 흰색 원피스였고 안에는 몇 장의 수홍색 장미 꽃잎이 장식되어 있는 게 로맨틱하면서도 기품을 돋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세 벌의 드레스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고 글귀는 이러했다. :어느 복장을 선택해야 될지 난감하네... 여러분들은 어느 드레스가 가장 예쁜 것 같아요? 인스타에 올린 지 10분도 되지 않아 수많은 댓글과 ‘좋아요’ 를 받았다. 강지태가 댓글을 남겼다. [다 예쁘네. 차라리 그냥 세 벌 다 구매하지 그래.]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주새론도 댓글을 올렸다. [우와, 역시 우리 소현이 안목이 죽여준다니까! 세 벌 다 어울릴 것 같네. 지태 오빠한테 사달라고 해. 어차피 그까짓 돈 아까워하실 분도 아니잖아.] 다른 한 친구인 진하윤도 댓글을 남겼다. [사, 사, 사, 우리 소현이는 뭘 입어도 예뻐!] 신민지의 댓글도 올라와 있었다. [우와!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언니 드레스는 왜 골라요? 설마 약혼해요?] 이소현은 댓글들을 내려다보았더니 많은 친구들의 축복 속에서 유독 눈에 거슬리는 댓글들 몇 개가 올라와 있었다. 소진희의 댓글 [...] 장우민의 댓글 [왜 갑자기 이런 글을...?] 임지안의 댓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웃음 나올 뻔했네.] 동료 A의 댓글 [유명 브랜드의 신상 드레스 아니에요? 과시하기 전에 가격부터 확인하고 올리지 그랬어요... 이건 렌트도 못 하는 드레스거든요.] 동료 B의 댓글 [돈이 넘쳐나네요. 이소현 씨는 제가 바라던 인생을 만끽하고 있네요.] 고진우의 댓글 [?] 이소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보아하니 고진우가 숙취에서 깨어난 모양이네 바로 그때 고진우의 메시지가 도착해 왔다. [인스타 내려!] 이소현이 답했다. [싫은데.] 고진우가 문자를 보내왔다. [대놓고 결혼을 강요하겠다는 거야? 전에 했던 말들을 귓등으로 들은 거야?” [응.] 고진우가 답장했다. [이소현, 적당히 해.] 이소현은 더는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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