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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장

방금 전에는 강지태가 응급실에 실려 가 생사를 몰랐던 터라 잠잠했던 이석동은 더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언성이 한사코 높아졌다. “지태를 쫓아다니던 여자라고요? 우리 애는 그 여자를 건드린 적도 없는데 우리 집안 애들을 납치하고 죽이려 하지 않나! 무법천지 아닌가요!” 잠시 후 어르신은 이소현한테 시선을 돌렸다. “소현아, 옥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지태가 어쩌다가 다쳤어?” 이소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다 제 잘못이에요.” 임달현은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소현아, 그게 무슨 말이야?” 이소현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마님은 이상야릇한 말들을 퍼부었다. “그래서 지태가 네 칼을 대신 맞았다는 거야?” 이소현은 입술을 오므렸다. “네.” 마님은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소현아 좀 침착하게 행동하지 그랬어! 신고도 했고 경호원들도 있는데 기다릴 수는 없었어? 너 때문에 우리 지태가 다친 거잖아.” “죄송해요.” 그 말에 죄책감이 밀려온 이소현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마님은 재차 성을 내셨다. “결혼하기 전부터 사고를 치고 다니는구나!” 이석동은 표정이 굳어졌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 집안 아들이 여자 문제로 일으킨 사고를 가지고 왜 피해자인 우리 딸을 탓하는 거죠?” 이석동은 온몸에 한기가 맴돌았다. “말이 쉽네요. 기다리면 된다고요! 그놈들 우리 작은딸을 납치하고 칼까지 휘두르는데 소현이가 거기로 안 가서 우리 규빈이를 죽이려 했으면 어쩔 건데요! 자기 집 자식 아니라고 함부로 말씀하시네요.” “그리고 무슨 경호원?” 이석동은 상대 집안을 비꼬았다. “경호원이 나와서 말인데 저희도 묻고 싶네요. 경호원이라는 작자들은 대체 뭐 하고 있었대요? 대낮에 어쩜 그리도 쉽게 여자 혼자서 우리 규빈이를 납치한 거예요? 당신들 경호원들은 대체 사람을 구하려고 배치한 거예요? 아니면 시체나 주우려고 마련한 거예요? 자기 친동생 살리겠다고 달려간 우리 소현이한테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이석동은 제대로 화가 나 있었다. 약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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