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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이소현은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말이야?” 고진우는 그녀가 아직은 화가 나 있으니 선물을 바로 주지는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 그녀를 이해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먼저 나서서 사과하기로 했다. “아까 매장에서 내가 심하게 말했다는 거 알아. 그만 화 풀어.” 이 정도면 됐겠지? 이소현은 한숨을 내쉬고 그를 올려다보며 진지하게 답했다. “화 난 거 아니야.” 고진우는 개의치 않은 듯했다. “억지 부리기는.” “마음대로 생각해.” 고진우는 그 말을 듣고 나자 불쾌해졌다. “이소현, 내가 사과까지 했는데 뭘 더 어쩌라는 거야?” 이소현은 계속하여 물건들을 정리하며 무덤덤하게 답하고 있었다. “사과할 필요 없어.” 고진우는 그녀를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부자연스레 입을 열었다. “선물은?” 이소현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선물?” “장우민한테서 들었어. 나한테 주려고 시계 샀다며? 이제 내가 집에 돌아왔는데 줘야 할 거 아니야.” 이소현은 그한테 주려는 선물이 아니라고 설명하려던 찰나 고진우는 제멋대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적당히 해. 그만하면 됐어.” 이소현은 그 말에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고진우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왜 웃어?” “네가 하는 말이 웃겨서 그래.” 이소현은 고진우의 어리둥절한 눈빛을 마주하며 답했다. “시계를 산 건 맞지만 널 주려고 산 건 아니야. 그리고 난 내가 뭘 잘못한 건지도 모르겠거든. 그런데 내가 왜 사과해야 되는 거야?” “나한테 안 주면 누굴 주려고 산 건데?” 고진우는 버럭 화를 내며 손바닥을 움켜쥐었다.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 이소현은 담담하게 답했다.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니?” 고진우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난 네 남자친구야! 다른 남자한테 주려고 네가 선물을 샀는데 내가 왜 상관할 바가 아닌데?” 고진우의 노기에 비해 이소현은 차분하기만 했다. 그녀는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넌 주하영 남자친구 아니었어?” 고진우는 자기도 모르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하영이하고 그런 사이 아니야.” 방금 그녀를 질책하던 말투와는 달리 괜히 미안한 건지 목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그와 주하영은 연인 사이라고 하기보다는 애인이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한 표현이다. 비록 연인 사이에 해야 할 일들을 다 한 건 맞지만 그의 명의상 여자친구는 이소현이다. 그는 주하영의 적극적이면서도 개방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면서도 이소현같이 아름다운 얼굴에 착한 심성을 지닌 성격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은 이소현한테 자신하고 주하영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고진우는 재차 설명했다. “오늘 엄마 성화에 이기지 못하고 반지를 맞추러 갔던 거였어. 주하영의 반지를 사려던 게 아니라 엄마 반지를 보러 간 거야. 엄마가 새로운 치마를 하나 구입했는데 어울릴 만한 주얼리가 없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엄마가 안목도 좋고 매칭도 잘 아는 하영이한테 부탁한 거야. 게다가 반지뿐만 아니라 목걸이, 귀걸이, 팔찌들도 두루두루 다 구경하면서 새로운 치마에 어울릴 수 있는 것들로 고른 거야. 네가 오해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때는 나도 괜스레 화가 나서 일부러 네가 질투하게끔 해명도 하지 않은 거고.” “질투?” 이소현의 눈빛은 싸늘했다. “내가 질투할 거라고 생각했어?” “소현아, 미안해...” 이소현은 차갑게 답했다. “사과는 잘 들었어. 하지만 난 그 사과 받아들일 마음 없어.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너한테 주려고 산 선물 아니야.” 고진우는 언성을 높였다. “그럼 누구 주려고 산 건데?” “약혼자.” “참나, 결혼 강요하겠다고 이제 아무 말이고 막 내뱉는 거야?” 고진우는 빈정거리는 듯한 태도를 내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너하고 결혼해야 그 선물을 주고 날 용서할 수 있다는 거지?” 이소현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왜 내가 자신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할 거라 굳게 믿는 걸까? 고진우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이소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소현, 우리 둘 집안 차이를 잘 알고 있는 줄 알았어. 말도 잘 듣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자꾸 결혼을 강요하는 거야? 정말 실망스러워.” 이소현은 어이가 없었다. 고진우는 그 말만 남긴 채 자리를 훌쩍 떠나버렸다. 침실의 문은 쾅 하고 닫혀버렸다. 이소현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일을 빌미로 그와 잘 헤어지고 나서 자신이 강성 이씨 가문의 천금이라는 것과 강성으로 돌아가 강지태와 약혼식을 치를 거라는 걸 알려주려고 했었는데 그는 그녀한테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어쩌면 고진우의 자신감은 그녀가 안겨준 걸지도 모른다. 예전에 그녀는 말을 잘 듣고 착한 여자친구 행세를 하며 그의 행적을 따져 묻지도 질투하지도 그의 자유를 건드리지도 않았었다. 그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 외에는 그의 요구라면 뭐든 다 들어줬었다. 아마도 그녀의 이러한 배려심 때문에 그가 이러한 착각을 하고 있는 걸 것이다. 허나 사실 그녀가 착한 척 연기를 했던 이유는 그녀 또한 진작에 그와 미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였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1년 전 그녀는 고진우를 강성으로 데려가 자신이 이씨 가문의 천금이라는 신분을 밝히고 싶었었는데 우연히 그와 그의 어머니가 통화하던 내용을 듣게 되었었다. “엄마, 걱정 마, 소현이를 우리 집안에 들일 수 없다는 거 알아. 그냥 연애만 하는 거야. 정 결혼하고 싶어도 엄마 동의는 있어야지.” “엄마 아들이 여자한테 미쳐 사는 남자가 아니라는 거 잘 알잖아. 결혼하고 연애가 다르다는 건 나도 다 알아.” 결혼하고 연애는 다르다고? 그때부터 그녀는 고진우가 자신하고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었다. 다시 말해 고진우는 그녀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허나 그녀 또한 사랑 때문에 죽네 사네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포기가 워낙 빠른 그녀는 연애만 하고 싶어하는 고진우의 뜻대로 적당한 애정이나 주고 받는 연애를 이어왔었다. 낯선 곳에서 자신을 걱정해 주는 따뜻한 품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런 탓에 그녀는 첫날밤이나 첫 키스는 그한테 준 적이 없었다. 왜 진작에 헤어지지 않았을까? 인간의 감정이라는 게 이토록 복잡한 것이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자신이 명문 집안의 천금이라는 사실을 밝힐 마음이 없었다. 아마도 자신이 한 여자의 대체품이라는 걸 알고 이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 걸지도 모른다. 고진우와 결혼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그가 자신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다 이해할 수는 있으나 자신이 다른 여자의 대체품이라는 사실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그 누구의 대체품이 아닌 이소현이다. ... 이소현은 고진우의 어머니인 민하진이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민하진은 짙은 파란색 실크 치포우 차림이었고 귀한 사파이어 귀걸이와 목걸이에 팔목에 착용한 비둘기 알만한 팔찌는 옷의 색상과 비슷해 복장과 잘 매칭이 되어있었다. 고진우의 말대로 치마를 돋보이기 위해 보석 세트를 살 만한 귀부인이 확실했다. “네가 바로 이소현이야?” 그 귀부인은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물건을 보는 양 눈빛에 혐오감이 서려 있었다. 이소현은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그래.” 민하진은 방으로 들어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이소현한테 시선을 고정했다. “얘기 전해 들었어.” 민하진은 소파에 앉아 두 다리를 모으며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으나 내뱉은 말들은 그다지 우아하지 않았다. “너 같은 계집애가 우리 집안에 시집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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