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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색상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빙하 파랑색의 벤틀리 콘티넨털 GT를 보며 이소현은 눈빛을 반짝거렸다. 그녀가 좋아하는 자동차 브랜드였다. 양복을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려 깍듯이 인사한 뒤 차키를 건네주었다. “이소현 씨, 이건 강대표님이 이소현 씨한테 선물한 자동차예요.” 이소현은 가슴이 쿵쾅거렸다. 강지태는 그녀한테 정말 아낌없이 퍼주고 있다. 이 자동차의 가격은 자그마치 8억 원이다 “고마워요.” 이소현은 그분한테 감사를 표했다. “별말씀을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 남자는 몸을 약간 숙이고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그래요.” 그 남자가 떠나고 강지태의 전화가 걸려 왔다. “차 마음에 들어?” 그의 말투는 마치 오늘 요리가 입맛에 맞냐고 묻는 듯한 여유로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8억 원의 차가 그한테는 단지 어느 시장의 배추와도 같은 것이다. 사실 그들 만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약혼녀한테 이러한 선물을 하는 건 흔한 일이다. 다만 3년 동안 평범한 삶을 이어오며 예전의 인생과 단절되었었던 그녀로서는 잠시 적응이 안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소현이 답했다. “완전 내 스타일이야. 오빠, 고마워.” “좋으면 됐어. 평소에 좋아하던 색상이 파랑색이었잖아.” 강지태의 낮은 저음은 고혹적인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이소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 강지태한테 좋아하는 색상을 알려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전화 너머로 강지태의 의미심장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전에 수학 가르치러 갔을 때 얼핏 봤더니 네 필기 문구함들이 전부 연한 파랑색이던데.” 이소현은 강지태가 이토록 세심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허나 그의 말대로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 파랑색이라 이 자동차를 처음 본 순간 정말로 마음에 들었었다. “이 차를 보자마자 네가 좋아할 것 같더라고.” 강지태는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 “운전해 봐봐. 소형차라 여자들이 운전하기에는 적당할 거야.” “알았어. 이따가 운전해 볼게.” 통화를 마치고 난 이소현은 차에 오른 뒤 바로 시동을 걸지 않았다. 운전대를 잡으며 그녀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운전 면허증이 있는 이소현은 3년 동안 운전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매번 고진우의 차를 운전했었고 그녀 소유의 자동차는 강성 별장 지하 주차장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중이었다. 고진우와 3년을 연애해 오면서 그녀는 대부분 그의 여자친구가 아닌 운전기사로 살아온 것만 같았다. 평소에 유흥업소를 드나다는 걸 좋아하는 고진우는 술만 마셨다 하면 그녀한테 마중을 오라고 전화를 해댔었다. 그리고 고진우의 친구한테서 들은 얘기였는데 고진우는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상대방한테 몇천만 원에 달하는 자동차를 사줬었다고 한다. 허나 그녀가 재판 준비로 의뢰인을 만나러 자주 출장 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고진우는 그녀한테 자동차를 선물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적이 없었다. 이소현도 굳이 그한테서 자동차를 받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강지태와 고진우를 놓고 볼 때 그녀한테 신경을 써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너무나도 뻔한 것이다. 고진우의 진심은 하찮기만 하다. 이소현이 넋이 나가 있던 그때 뒤에서 깜짝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이 자동차 너무 예쁘다! 전부터 사고 싶었던 자동차였는데 아까워서 사지도 못했었어.” 주하영의 목소리였다. 이소현은 차창을 통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주하영과 고진우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차 쪽으로 걸어왔다. 주하영은 고진우의 입구에 그토록 꿈에 그리던 빙하 파랑색 벤틀리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비록 고씨네 가문과 대대로 인연을 맺어오긴 했어도 그녀의 집안은 대단한 가문이 아니라 조금 부유한 집안에 속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집안 사업이 잘되지 않아 아버지 회사에 적자가 나타나고 있었다. 하여 그녀의 아버지는 고씨 가문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주하영은 그 차를 보며 자신의 애정을 숨기지 못했고 마치 세상 물정을 모르는 듯 차를 어루만져 보았다. “진우야, 나 사진 하나 찍어줘.” 차 옆에 서 있는 주하영은 차창을 통해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자동차의 유리는 단방향 유리로 안에서만 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이소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동물원 동물을 구경하는 마냥 주하영을 지켜보았다. 주하영이 차창으로 자신의 머리를 한창 단정하고 있던 그때 이소현은 차창을 내리고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안녕.” 이소현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주하영은 어리둥절해졌다. “이소현? 당신이 왜 거기에 있어요?” 주하영은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었다. 그 소란에 고진우도 차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차 안에 있는 이소현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갑자기 벤틀리를 빌린 거야?” 그는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고 이소현이 빌린 자동차인 줄로 알고 있었다. 주하영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빈정거리는 태도를 내보였다. “이소현 씨, 사진 찍으려고 빌린 거예요? 이런 고급차를 빌려서 사진 찍으려면 이소현 씨 한 달 월급은 족히 날려버릴 텐데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고진우는 혐오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소현, 고작 사진이나 찍으려고 자동차를 빌린 거야? 미쳤어?” 주하영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게요. 이소현 씨가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사람도 없는데 굳이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린다고 해도 다들 이소현 씨가 허영심만 가득하다고 할 거예요. 왜 그러셨어요?” 이소현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쩜 그리 잘 알아요? 혹시 전에 빌려본 적 있어요?” 주하영은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의 말대로 전에 빌렸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명문 집안 아가씨들만 모인 그룹에서는 자동차나 가방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질투심에 못 이겨 그녀는 아버지한테 외제차를 한 대 사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집안 사정이 안 좋다면서 남들하고 겨룰 필요가 없다고 그녀를 설득했었다.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녀는 홧김에 람보르기니를 한 대 빌려 사진을 업로드 했었다. 자신이 했던 행동들에 어색하고 난처한 것도 잠시 주하영은 침착함을 되찾았다. 20억 원이나 되는 람보르기니는 벤틀리를 빌리는 것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이었다. 그리고 비록 주하영이 전에 빌린 적이 있긴 해도 고진우 앞에서 그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턱을 높이 치켜올리며 고고한 자태를 내비쳤다. “전 렌트 같은 거 안 해요. 해외에 있을 때 타고 다니던 람보르기니가 이보다 훨씬 더 비싸거든요.” “어머, 그래요? 그런데 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이소현이 물었다. 주하영은 자연스레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질려서요. 스포츠카가 멋있긴 해도 여자가 운전하기에는 불편하더라고요. 며칠 전에 파나메라로 바꿨어요. 나중에 사진 찍을 수 있게 운전해 올게요. 돈은 안 받아요.” 그녀의 말투에는 경멸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지금 파나메라를 하나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다른 사람한테서 구입한 중고차였다. 집안 사정이 예전 같지가 않기도 하고 아버지가 집안 별장마저 담보로 잡은 상황이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고진우한테 집안 사정을 들키면 안 되는 터라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 차를 구입해야만 했다. “아~” 이소현은 그녀한테 되물었다. “그러시구나. 방금 사진 찍고 싶어 하던 거 아니었어요? 빌려드릴까요?” 주하영은 안색이 흐려졌다. “됐어요.” 옆에 있던 고진우가 불쑥 입을 열었다. “이소현, 언제부터 허영심에 가득 찼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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