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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장

다만 이때의 신지수는 꿈에도 몰랐다. 그녀가 선물한 흉터 연고를 누군가 이미 다른 약으로 바꿔치기했다는 것을. 그녀의 이 행동은 멀지 않은 날에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 벌어졌다. 신지수는 별장 대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문자를 받았다. 20억이 입금되었다는 은행의 문자였다. 그녀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부자는 역시 달랐다. 이렇게 바로 입금해주니 말이다. 순조롭게 돈을 받아낸 신지수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마침 노현호가 전화 오면서 볼 일 다 끝났냐고, 약재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수는 간단히 대답한 뒤 택시 잡고 노씨 가문으로 갔다. 노씨 가문 거실에서 신윤아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의 옆엔 진연화가 앉아 있었다. 신지수가 오자마자 두 사람은 열정적인 모습으로 인사를 했다. “언니, 내가 끓인 차야. 마셔볼래?” 진연화마저 수상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지수야, 얼른 내 옆에 앉아. 우리 모두 한 가족인데 뭘 그렇게 어색해하고 그러니.” 신지수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결국 비꼬아 말했다. “괜찮아요. 전 혹시 독이라도 탔을까 봐 못 앉겠네요.” 그녀의 말에 신윤아가 멈칫하며 찻물을 몇 방울 테이블에 흘리고 말았다. 진연화도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마시기 싫으면 마시지 마. 우리가 설마 널 해치기라도 한다는 거니?” 말을 마친 진연화는 손에 든 찻잔을 단번에 마셨다. 신윤아도 입술을 삐죽 내밀며 찻잔을 들어 호로록 마셨다. 신지수는 두 사람을 상대하기 귀찮았던지라 스쳐 지나가 바로 후원에 있는 약재실로 갔다. 약재실에서 노현호가 보물처럼 아끼고 있는 약병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었다. 신지수는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할아버지, 혹시 잃어버린 약병이 있어요?” 사실 그녀는 아침에 노현호에게 정리해 보라고 말했었다. 솔직하게 어제 누군가 몰래 약재실에 들어간 것 같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약병을 정리해 보면서 번호를 적어두라고 했다. 그래야 잃어버리기 쉽지 않으니까. 노현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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