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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장

노현호는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어두워진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난 누가 감히 내 약재실에 몰래 들어왔는지 찾아봐야겠구나!” 독약을 잃어버렸으니 사태는 심각했다. 만약 도둑이 그 약을 누군가에게 쓰려고 했다면, 냄새도 색깔도 없는 극독의 독약을 전혀 눈치챌 수 없을 것이다. 나가기 전 노현호는 신지수를 힐끔 보며 당부했다. “지수야, 조심하거라.” 신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현호는 성큼성큼 약재실에서 나갔다. 약재실 밖에 서 있던 노해서를 본 그는 지난번 다쳤던 것이 떠올라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오늘 약을 바꾸지 않았겠구나. 이 증조할애비가 바쁜 일 마치고 나면 찾아오거라. 내가 약을 바꿔줄 테니.” “네, 증조할아버지.” 노해서는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그에게서 걱정 가득한 말을 들었더라면 아주 기뻐했을 것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늦어버렸다. 노현호가 가고 신지수는 약재실에서 나왔다. 그러자 노해서가 입을 열었다. “고모, 오늘 날씨도 좋은 데 후원에 가서 앉아 있지 않을래요? 제가 마침 디저트를 구워왔거든요. 함께 먹어요, 네?” 신지수는 노해서를 빤히 보았다. 뭔가 감정을 읽어내려는 듯한 눈빛이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했다. 노해서의 눈빛은 예전과 다를 바 없었지만, 미소를 짓고 있어도 그리 즐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피곤한 것 같고 눈가도 다소 붉었다. 아마 조금 전 울었던 것 같았다. 신지수가 답했다. “그래.” 그녀는 노해서가 언제까지 연기하려는 것인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약재실 문을 닫은 후 신지수와 노해서는 후원으로 왔다. 후원의 돌로 만들어진 테이블 위엔 음식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 디저트도 있고 잘 깎아놓은 과일과 두 잔의 신선한 오렌지 주스도 있었다. 두 잔의 주스를 보았을 때 신지수는 다소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의 추측이 맞는다면 그중 한 잔에 분명 독이 들어있을 것이다. 신지수는 일부러 걸음을 늦추며 노해서가 어느 잔을 선택하는지 지켜보려고 했다. 노해서는 그런 그녀를 눈치채지 못한 듯 당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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