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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끌려 나온 소녀는 손발이 멍투성이였고, 제대로 서지도 못한 채 땅에 쓰러졌다. 검은 머리카락이 반쪽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마치 겁에 질린 토끼처럼 보였다. 신지수는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이 소녀는 바로 그날 밤, 신지수가 마을에서 구해줬던 납치 피해자였지만, 결국 자신을 버리고 홀로 도망쳤던 아이였다. ‘두 번 다시 마주칠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뜻밖의 재회를 하게 될 줄이야. 운명이란 참으로 기묘해...’ 하인이 신지수에게 소개했다. “작은 아가씨, 이 아이는 둘째 사촌 오라버니 부인의 집에서 온 노해서입니다. 사모님께서 유학 보내셨던... 사생아인데요... 반년 전에 유학하러 갔던 아이가 며칠 전, 온몸에 상처를 입고 돌아왔습니다. 납치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유학?’ 신지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노해서가 사생아라는 사실을 듣자,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재벌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본처가 눈에 거슬리는 사생아를 유학이라는 명분으로 학대한 것이었다. ‘문제를 일으킨 건 정작 남편인데, 애꿎은 아이를 학대하다니!’ 신지수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절뚝거리며 노해서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주저앉은 노해서는 고개를 푹 숙였고, 이미 신지수를 알아봤지만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신지수가 가까이 다가오자, 노해서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신지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언니, 아니... 고모...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 절망적이었던 밤, 저는 너무 두려워서 혼자 도망쳤어요.’ 노해서는 흐느끼며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정말 미안해요...” 신지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노해서가 그때 느꼈던 공포와 절망을 이해했다. 반년 동안 감금되어 고통을 겪은 후, 간신히 잡은 생명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쳤을 마음도 이해했다. 살고 싶다는 의지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배신당한 입장에서, 신지수는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용서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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