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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장

정진구는 차갑게 웃었다. 주형민은 괜히 불똥이 튈까 봐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침묵은 곧 묵인이었다. 정진구가 한 번도 움직이는 자유를 느끼지 못했다면 이렇게까지 괴롭지 않았을 텐데 롤러코스터를 탄 듯 하늘로 치솟는 기쁨과 저 멀리 떨어지는 절망을 한꺼번에 느끼니 더더욱 안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다리를 치료하는 건 그의 오래된 집념이었다. 희망을 줬다가 빼앗는 건 정진구에게 죽음보다 더 괴로운 것이었다. “신지수!” 잇새로 튀어나온 신지수의 이름을 그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감히 날 속여? 죽고 싶어!” 정진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러 명의 부하가 악행을 저지른 죄수를 다루듯 신지수를 제압할 기세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손을 뻗는 순간 그들은 모두 신지수에 의해 제압당해 쓰러지고 말았다. 비명이 잇달아 울려 퍼지고 신지수는 가만히 서서 입을 열었다. “정 대표님, 저를 먼저 속인 건 당신이잖아요. 당신이 무정하게 구니 저도 똑같이 의리를 저버려야 공평하죠.” 정진구의 눈에 신지수는 조금 대단한 의술로 잔꾀를 부리는 온실 속 화초였다. 이용하고 난 뒤 망설임 없이 버릴 수 있는 존재. 그런데 이번엔 정진구 그의 판단이 틀렸을 줄이야. 신지수는 보이는 것만큼 순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그의 손바닥 안이지 않겠나? 정진구는 손을 뻗어 신지수를 가리키며 부하에게 명령했다. “저 여자 잡아!” 힘과 싸움 실력으로 신지수는 정씨 가문의 수많은 부하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몇 번의 대치 끝에 결국 제압당하고 말했다. “기회를 줄게. 내 다리를 고쳐. 안 그러면 죽여버릴 거야.” 정진구는 휠체어를 끌고 신지수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턱을 잡고 강제로 자신을 쳐다보게 한 뒤 살벌하게 위협했다. “주제넘게 굴지 말고!” 신지수는 이 미친개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인간성이라곤 전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그녀는 성의껏 열심히 그의 다리를 치료하지 않았나? 그런데 정진구가 어떻게 했던가. 순식간에 태도가 돌변했다. 신지수는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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