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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장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나마 가식적인 모습을 하고 있던 정진구가 이젠 그 가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벗어던지고 본색을 드러냈다. 정진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여전히 강력했고 그 갈색 눈동자 속에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빛이 나타났다. 신지수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모르는 척했다. “자, 성공했으니까 전 이만 집으로 돌아갈게요.” 하지만 두 명의 부하가 신지수 앞을 가로막았다. “?” 신지수는 눈을 깜빡이며 뻔히 알면서 이렇게 물었다. “이게 무슨 뜻이죠?” 정진구는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신지수를 향해 말했다. “신지수, 그쪽은 정씨 가문의 귀인인데 내가 며칠 동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 며칠 더 묶는 게 어때?” “제가 가겠다면요?” 신지수는 무심하게 묻는 척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러면 그쪽이 눈치가 없는 거지.” 정진구는 더더욱 가식적으로 웃었고 말 한마디에 표정이 휙휙 바뀌며 강압적인 위협이 담겨 있었다. “아.” 짧게 대꾸한 신지수는 곧바로 말을 바꾸는 그의 배은망덕한 모습에도 화가 나지 않은 듯 보였다. 정진구에게는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늘 오만했던 그는 신지수가 화를 내든 안 내든 신경 쓰지 않았고 설령 화를 낸다 해도 신지수가 주제넘은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의 전용기에 납치된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먹잇감이었다. 벗어날 길은 없었다. 그가 기분이 좋아서 좋게 얘기하는 것만으로 그녀는 감지덕지해야 했다. 정진구는 휠체어에서 벗어나니 걸음걸이에 제약받거나 쓰레기처럼 실려 다니지 않아도 되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해방감을 느꼈다. 이를 본 정씨 가문의 부하들도 기뻐서 난리가 났다. 너무 잘됐다! 이제부터 정진구가 다시는 두 다리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었다. 온천 옆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아무도 이용만 당하고 단물 빠진 껌처럼 뱉어진 신지수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접한 연은숙도 찾아와 정진구의 다리가 자유롭게 걷게 된 것을 보고는 입이 귀에 걸린 채 염주를 돌리며 아미타불을 몇 번이나 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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