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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장

남자의 낮고 갈라진 목소리에 약간의 장난기가 섞여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전혀 농담 같지 않고 또렷해서 신지수가 어물쩍 넘어가려야 넘어갈 수가 없었다. 발밑에서 갑자기 뛰어나온 솜이가 두 사람의 다리 주위를 빙빙 돌며 꼬리를 흔들었다. 신지수는 목을 가다듬고 정면승부를 보기로 했다. “그냥 한번 잔 거잖아요. 별것도 아니고 나한테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나도 그쪽이 책임질 필요 없고요. 게다가...” 신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가식도 오래 떨면 지치기 마련이다. ‘만약 진짜 내 모습을 안다면, 온갖 적개심과 증오에 사로잡혀 모든 걸 파괴하고 싶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손에 피까지 묻힌 나를 본다면 분명 나와 알게 된 걸 후회할 거야.’ 언제나 그녀의 곁을 지키겠다던 오빠 신시후처럼 그녀가 조금의 매정함을 드러내도 곧바로 실망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거다. 신윤아가 바다에 빠져 행방불명이 되자 범인으로 지목된 자신이 감옥에 가던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 신강욱과 노수정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지수, 네 눈에는 부모도 가족도 없지? 양심도 없고 매정한 머리 검은 짐승 같으니라고! 너처럼 비열하고 엉망인 사람은 죽어야 해!” 그 말이 꼭 저주 같았다. 많이 들었고 자주 되새기다 보니 신지수는 어느새 자신이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양심도 없고 매정한 짐승이라고? 그럼 보여줄게.’ 신지수가 가슴 속 감정을 억누르며 심호흡하는데 갑자기 한 손이 앞으로 뻗어 나와 턱을 잡고 들어 올리자 미처 숨기지 못한 물기가 이도하에게 포착되었다. 신지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조금 전 붉어진 그녀의 눈가는 그의 착각 같았다. 왠지 모르게 심장이 저릿했다. 그가 본 신지수는 악랄한 도적 떼에게 다리를 다치고도 필사적으로 앞으로 기어가 살 기회를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이고, 이를 악물고 말없이 박힌 총알을 빼내는 독한 사람이고, 언제나 웃으며 씩씩하게 이겨내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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