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9장

신시후의 말 한마디에 신지수의 코끝이 시큰거렸다. 전생에 닿을 듯 닿지 않던 창문이 작은 틈새로 살짝 열리는 것 같았다. 그 틈새로 새어 들어온 빛은 비록 아주 미약한 한 줄기 빛이었지만 어두운 방에 있던 사람에게 희망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 작은 빛이 다시는 도둑맞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신지수도 신시후의 호의를 마다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남매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무도 방문에 귀가 붙어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한참 후, 도우미가 발걸음을 돌려 신시후의 말을 신윤아에게 그대로 보고했다. 신윤아는 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었는데, 노수정이 무심코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싶다고 말하자 과시하고 싶어서 주방으로 와서 직접 과일을 깎고 주스를 만들겠다고 자원한 것이다. 가정부 주혜숙의 이 말을 들은 신윤아는 너무 화가 나서 바로 도마에 칼을 꽂았다. 깜짝 놀란 주혜숙은 황급히 말했다. “윤아 아가씨, 조심해요. 칼에 손 다쳐요!” 신윤아는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칼로 신지수를 찔러버리고 싶은 듯 칼을 노려보았다. “남매가 아주 사이 좋네. 허, 그럼 나는?” 신윤아는 눈앞에 놓인 잘린 오렌지를 증오에 찬 눈빛으로 찔렀고 과일 도마와 옆의 탁자 위에 모두 즙이 튀고 엉망이 되었다. “윤아 아가씨, 진정하세요. 그리고 도련님께서 그냥 하시는 말씀이니 너무 그렇게 화낼 필요 없어요!” 신윤아는 차가운 얼굴로 엉망이 된 귤을 모두 주스기에 던져 넣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주스기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가렸다. “참 좋은 오빠야. 주제도 모르고! 나도 자기 동생인 건 잊었대? 신지수랑 안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싸고도는 거야? 날 그냥 두지 않으면 언젠간 너도 같이 처리해 버릴 거야.” 신윤아가 독한 말을 끝내자 주스기가 멈췄고 주혜숙은 서둘러 컵을 집어 들었다. 진한 색의 오렌지 주스 한 잔이 쏟아지자 주혜숙은 손을 닦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윤아 아가씨, 전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저희를 자르는 건...” 얼마 전 신윤아를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