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1장

어느 틈엔가 고풍스럽고 복잡한 무늬의 오래된 철문이 천천히 열리고 별장 양쪽의 가로등이 하나씩 자동으로 켜지더니 대리석으로 포장된 길 끝에서 훤칠하고 반듯한 형체가 천천히 다가왔다. 남자는 긴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니트와 바지도 검은색이어서 어두운 밤과 조화를 이루었다. 무시할 수 없는 그의 나른하고 무심한 분위기와 차분하고 침착함, 우아함과 신비로움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한 걸음씩 다가올수록 그 잘생긴 얼굴은 가로등 불빛 아래서 점점 더 선명하고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서다희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잠시 멈췄다. 이도하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홀린 듯 멈췄고 이 남자가 지난 몇 달 동안 자신에게 쏟아부은 지원과 그녀 앞에 깔아준 레드카펫을 생각하니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쿵쾅거렸다. 과거 업계에서 바닥을 구르며 무시당하고 열심히 맡은 바 배역을 해냈지만 고작 조연 배우 따위에게 밉보여 분량이 전부 지워지고 말했다. 억압당한 그녀는 도저히 나설 수 없었다. 그러나 그날부터 그녀의 운명은 바뀌었고, 이도하는 손만 까딱하고 말 한마디에 감히 생각도 못 했던 지원을 턱턱 갖다주며 높은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녀를 입만 열면 괴롭히던 소위 거물급 인사들이 그녀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아첨하며 잘 보이기 바빴다. 그런데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가 있나. 그러나 서다희는 이런 지원 외에는 이도하가 자신을 전혀 만나주지 않고, 도움이 필요해도 그의 부하들에게 구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그의 눈과 마음속에 들어가기 위해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섹시하고 밝은색의 짧은 원피스를 입고, 가장 아름다운 화장을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서다희는 자기 외모에 넘어오지 않을 남자가 없을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서다희의 뜨거운 시선 아래 이도하는 몇 발짝 떨어져 멈춰 섰고, 별빛처럼 차가운 복숭아꽃 눈동자와 깊게 내려앉은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리 와.” 서다희는 심장이 두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