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장
임하나는 누구보다 언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오늘 언니가 왜 밥 먹으러 집으로 오라고 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던 일을 갑자기 그만두려니까 마음이 허전한 게 분명했다. 장사를 십 년 넘게 해서 언니에게는 습관이 되었는데 그걸 하루아침에 잃었으니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여자라면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새로운 생명이 한 가족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만약 언니가 계속 형부와 함께 살 마음이 있다면 애를 낳으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건 확실했다. 어쨌거나 부부의 일이라 임하나는 간섭할 수가 없어 위로만 할 뿐이었다.
“장사 그만두는 것도 나쁠 건 없어. 바람 부나 비가 오나 계속 힘들게 나갔었잖아. 사실 나도 걱정이 많았었어.”
“응.”
임하은은 웃으면서 반찬을 집어주었다.
“많이 먹어. 너 요즘 또 살 빠졌어.”
...
식사를 마치자 하늘도 완전히 어두워졌지만 집 안의 불빛은 여전히 따뜻했다. 임하나는 언니를 도와 주방 정리를 마친 후 또 수다를 떨었다. 그때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관에서 슬리퍼를 갈아신고 들어온 진우석은 임하나를 보자마자 웃으며 인사했다.
“처제 왔어? 포도 사 왔는데 씻어줄 테니까 언니랑 같이 먹어.”
그러고는 외투와 가방을 내려놓고 과일을 씻으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임하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번에 내가 머리를 다친 후로 네 형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 몇 시에 들어오든 항상 나 주려고 먹을 것을 사 와.”
임하나는 언니가 행복한 웃음을 짓자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시간을 확인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가볼게.”
임하은은 동생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진우석에게 불만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만 가려 하자 그냥 잡지 않고 현관까지 배웅했다.
“처제 벌써 가려고?”
진우석이 과일 접시를 들고 와서 다정하게 말했다.
“포도 좀 먹고 가.”
“아니에요. 고마워요, 형부.”
임하나는 신을 갈아신은 후 임하은에게 나올 필요 없다면서 혼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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