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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장

반박은 했지만 힘이 부족했다. 육현우가 육씨 가문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임하나도 알고 있었다. 비록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매번 육씨 가문을 꺼낼 때마다 육현우의 눈동자에 부드러움은 사라지고 낯선 살기가 느껴졌다. 아마도 육씨 가문을 증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육성재는 다급하게 반박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덤덤하게 이렇게 말했다. “형 엄마가 아프고 나서 아빠랑 사이가 쭉 안 좋았어. 그러다 형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형이랑 아빠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게 된 거야. 그리고 뒤에 엄마가 육씨 가문으로 들어오게 됐고 제가 태어났지. 그렇게 이 모순은 극에 달했어. 내가 기억할 때쯤부터는 아예 우리를 투명 인간 취급했어. 계속 기숙 학교만 다니면서 집에도 잘 안 들어왔지. 그래도 육씨 저택에는 살고 있었거든. 그러다 내 10살 생일에 돌아왔더라고. 케이크를 주러 갔는데 나를 밀어냈어. 그날 모든 사람이 케이크를 먹고 식중독으로 병원에 들어갔어. 그중에 유일하게 케이크를 먹지 않은 사람은 형이었지.” 임하나는 살짝 놀랐지만 그래도 무의식중에 육현우 편을 들어줬다. “설마 대표님이 케이크에 독을 탔다고 의심하는 거야?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아니야.” 육성재가 임하나를 바라보며 입술을 앙다물더니 말했다. “의심이 아니야. 뒤에 아빠가 CCTV를 찾아봤는데 형이 독을 탄 게 맞았어. 아빠가 너무 화나서 귀싸대기를 날렸는데 아빠한테 달려들어서 때리려고 했다니까. 그때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아빠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는데 엄마가 말렸거든. 근데 그러고 나서 형이 집을 나간 거야.” “하나야. 너는 형이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직 형의 매정한 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런 거야.” ‘매정한 모습이라...’ 임하나의 머릿속에 오늘 아침 육성재가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을 때 육현우가 아무 표정 없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죽으면 뭐 어때요?” 육성재가 말하는 매정한 모습이 이런 모습인지 궁금했다. “하나야. 나는 어릴 적부터 형을 알고 지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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