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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장

혹시나 그녀가 발견하지 못할까 봐 일부러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임하나가 그쪽으로 걸어가 피 주머니를 들어 올렸다. 핏주머니는 이미 반쯤 사용한 상태였다. 나머지 절반이 안에서 출렁이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눌러보니 아래층에서 본 덩어리와 같았다. ‘토한 게 본인 피가 아니라 미리 준비해 두었던 피 주머니였던 거야? 나를 속이려고?’ ... 임하나는 그 피 주머니를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 문을 열어보니 육성재가 침대에 앉아 링거를 맞고 있었다. 얼굴은 전에 봤던 것처럼 그렇게 창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파 보였다. 임하나를 보자 육성재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하나야, 왔어?” 임하나가 문을 닫고 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말했다. “내가 올 줄 알았나 봐?” 육성재는 임하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앉아.” 그는 침대 옆 테이블에서 귤을 하나 꺼내 들더니 천천히 껍질을 깠다. 임하나는 그런 육성재를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 이 피 주머니에 있던 피를 토한 거지?” 육성재가 머리도 들지 않고 말했다. “그래.” “일부러 그런 거야?” “응.” “왜 그랬어?” 육성재가 멈칫하더니 계속 껍질을 갔다. 껍질을 다 까자 귤에 붙은 하얀 것들을 뜯어냈다. 육성재는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다 너의 동정심을 사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믿을 거야?” “아니.” 육성재가 씁쓸하게 웃었다. “안 믿을 줄 알았어.” “만약 동정심을 유발할 생각이었다면 이미 목적은 달성했지. 하지만 이 핏덩어리를 일부러 바닥에 떨어트려서 내 의심을 불러일으키고는 방으로 유인했잖아. 이 피 주머니를 그렇게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는 것도 그렇고. 내가 피 주머니를 발견하면 병원에 올 테니까. 지금 이렇게 왔잖아. 남은 건 뭐야?” “허허.” 육성재가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 “하나 총명한데?” 그는 깨끗하게 깐 귤을 건네며 말했다. “너 귤 좋아하잖아. 근데 귤에 붙은 하얀 거는 먹기 싫어했지. 깨끗하게 발랐으니까 이제 먹어도 돼.” 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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