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장
연은아가 천천히 밧줄을 잡는 육성재의 손을 꼭 잡았다.
“성재야...”
떨리는 목소리에서 두려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육성재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외출도 못 하고 직원들에게 돌아가며 상태를 살피라 한 것이었다.
정신과 의사는 물론 무당까지 집으로 불렀지만 육성재는 끊임없이 자살 시도를 이어갔다.
한편, 밧줄을 멍하니 바라보던 육성재가 임하나를 바라보았다.
며칠 사이에 뼈만 남은 육성재는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육성재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곧 주치의가 도착하고 육진태 역시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왔다.
계속 눈물만 훔치는 연은아, 말없이 한숨만 내쉬는 육진태. 우울한 기운이 집안에 감돌아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임하나는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를 떠올렸다.
조금 무뚝뚝해도 자상한 아빠, 아름답고 착한 엄마, 밝은 아이, 임하나가 평생 동경해 온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랬기에 육성재와의 결혼 생활을 더 기대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의사가 방에서 나오고 연은아가 부랴부랴 달려갔다.
“우리 성재 어때요?”
“밧줄을 너무 꽉 묶은 탓에 성대에 손상이 갔습니다. 건강을 회복한다 해도 예전의 목소리는 되찾기 힘들 겁니다.”
비틀거리던 연은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말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재활치료를 받으면 목소리는 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발성은 힘들 거예요.”
한때 아나운서가 꿈일 정도로 정확한 발성과 완벽한 목소리를 가졌던 육성재인데, 어쩌면 육성재에겐 이게 가장 잔인한 벌이 될지도 모르겠다.
“살았으면 됐어요. 재활을 받든 뭘 하든 천천히 해나가면 되는 거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도련님 상태가 굉장히 안 좋습니다. 죽고 싶다는 일념뿐이에요.”
“정신과 의사들한테 상담도 받아봤는데... 이번 일로 충격이 큰 것 같아. 소이현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발작을 일으키니...”
육진태가 피곤한 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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