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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장

“일단 거기 둬. 조금 있다 마실 테니까.” 하지만 육성재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식으면 더 맛없어. 너도 우리 아기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잖아.” “그래.” ‘그래, 성재를 실망시킬 순 없어.’ 결국 우유를 받아든 소이현은 사약 마시 듯 단숨에 우유를 원샷했다. 빈 우유 잔을 확인한 뒤에야 육성재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오늘 날씨도 좋은데 우리 외출하자. 저번에 같이 공원에서 산책하기로 했잖아.” “다음에. 오늘은 아버지랑 회사 나가봐야 해.” “쳇.” 소이현이 실망한 얼굴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 일찍 들어와.” “응.” 육성재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후에 푹 자. 잠도 푹 자야 아이한테 도움이 된다더라.” “그래. 피곤하긴 하네. 요즘 자꾸 졸린 것 같아.” ‘분명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또 잠이 쏟아지는 거지.’ “얼른 자. 아주머니한테 점심은 방으로 차려오라고 할게.” “그래.” 침대에 누운 지 1분도 안 돼 잠이 드는 소이현을 한참 바라보던 육성재가 방을 나섰다. 여전히 거실에서 꽃꽂이를 하고 있던 연은아가 물었다. “이현이는?” “자요.” “잔다고?” 연은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따라 잠이 왜 그렇게 많이 늘었대?” “임신하면 다들 그렇다잖아요.” 무덤덤하게 대답한 육성재는 우유잔에 물을 담은 뒤 그 물을 그대로 화분에 부었다. 컵 벽에 묻어있던 흰 가루가 그대로 흙 표면에 흔적을 남겼다. “이게 뭐야?” 이를 발견한 연은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우유 찌꺼기인가 보죠.” 육성재가 대충 둘러댔다. “우유 찌꺼기라니. 딱 봐도 분말 형태인데.” 결혼 전 화학과 교수였던 연은아는 바로 육성재의 거짓말을 꼬집었다. 장갑에 묻은 가루를 살펴보다 냄새를 살짝 맡던 연은아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성재야, 너 솔직하게 대답해. 이거 뭐냐고.” “우유 찌꺼기라니까요.” 대충 대답한 육성재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컵을 깨끗이 씻었다. “너 설마... 우유에 수면제 탄 거야?” “그럴 리가요.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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