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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최성훈이 눈을 내리깐 채 꽃처럼 화사하지만, 눈에는 생기가 없는 여인을 내려보았다. 뭐라 형용할 수는 없었지만 죽은 듯이 고요한 눈빛을 바라볼 때마다 최성훈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치 밤늦게 귀가한 집은 캄캄해야 하는데 누군가 한 사람만을 위해 불 하나를 남겨둔 것처럼, 그 불 하나에 익숙해진 이후 갑자기 불이 없어져 다시 어둠을 맞이해야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최성훈의 인상 속에서 소윤정은 항상 조심스럽고 큰 소리로 말하지도 않으며 그의 요구에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설령 때로 그가 요구한 일은 완성하기 어렵고 트집 잡으려는 듯 각박함에 가까웠지만 소윤정은 최선을 다해 완성하며 그의 많은 까탈스러움을 참아냈다. 소윤정은 최성훈의 밑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누워 눈을 감고 있었고 긴 속눈썹은 부채꼴 모양의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는데 날개가 부러진 나비처럼 더 이상 날아오를 힘조차 없어 보였다. 지금과 같은 상태의 소윤정은 최성훈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퇴폐와 실망이 그녀를 에워쌌고 그것 외에는 소윤정에게서 다른 감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는 커다란 슬픔에 휩싸인 듯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그 슬픔은 마치 그녀의 몸속에서 뛰쳐나와 최성훈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형용하지 못할 감정은 최성훈의 인내심을 완전히 잃게 했다. 최성훈이 몸을 일으켜 큰 체구로 소윤정을 감쌌다. 최성훈은 차가운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이 꼴을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처음에 결혼하겠다고 하던 사람도 너고, 이혼하겠다는 사람도 너야! 나를 뭐로 보는 거야? 네가 부르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야 하는 장난감이야?” 소윤정은 그의 옆에 누워서 눈을 감고 인생 2회차인듯한 여유를 보였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썹을 찡그렸는데 마치 큰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성훈 씨, 제가 잘못했어요. 5년 전, 당신과 결혼하지 말아야 했어요. 제발 저랑 하준이를 놔주세요. 네?” 이런 결말을 맞이할 줄 알았다면 최씨 가문에서 은혜를 갚겠다고 할 때 받지 않았을 것이었다. 이제 그녀는 그저 하루빨리 최성훈에게서 벗어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이 남자로부터 멀어지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격노에 빠진 최성훈이 그녀를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최성후이 두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힘을 주었다. 소윤정은 아픔에 미간을 찌푸렸다. “소윤정, 그날 했던 얘기를 다시 해야 해?” 최성훈의 힘에 아파하던 소윤정은 너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몸을 구부려 그의 손을 밀어냈다. 최성훈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 없이 손끝에 더 힘을 주었다. 소윤정의 턱에 멍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최성훈은 놓으려 하지 않았다. 최성훈은 그녀의 마음속 깊이 들어가려는 듯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의 두 눈을 깊이 쳐다보았다. “이혼하고 송이준한테 가려고?” 여기까지 말한 최성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가에 조롱을 담은 채 물었다. “애까지 낳은 여자를 받아주기라도 한대? 송씨 가문에서 헌 신짝을 받아들일까?” 야속하고 차가운 말은 순식간에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소윤정의 마음을 찔렀다. 소윤정은 침대에 누운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심장은 저릴 정도로 아파졌다. 헌 신짝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소윤정의 마음은 철저히 부서져 원래 모습이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는 지금까지 최성훈이 자신을 헌 신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몰랐다. 소윤정은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뜨며 바로 위에 있는 남자를 향해 피식 웃었다. “헌 신짝? 헌 신짝이어도 최 대표님은 5년 넘게 즐기지 않으셨나요?” 비록 결혼을 싫어한 최성훈이었지만, 그가 소윤정을 취하는 데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결혼 첫날부터 소윤정은 그의 욕망을 풀어주는 도구가 되었다. 그가 원하면 그녀는 맞춰줘야 했고 그녀가 원하지 않더라도 최성훈은 강제로 취했다. 어색하디 어색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는 5년 동안이나 유지되었다. 때로 소윤정은 자신마저 존경하고 있었다. ‘정말 참기도 잘 참았네. 참는 거로 치면 이제 무적의 경지에 이르렀을 것 같네.’ 소윤정의 반박은 최성훈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인식 속에서 소윤정은 부드럽고 나약한 사람이어서 큰소리를 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소윤정은 큰소리로 그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매우 의심스러웠다. ‘예전의 그 부드럽고 나약한 소윤정은 꾸며낸 건가?’ 소윤정은 더 이상 최성훈에게 턱을 쥐고 있을 기회를 주지 않고 갑자기 그의 몸을 밀치고 침대에서 일어섰다. “최성훈! 당신이 동의하든 하지 않든 이혼은 반드시 할 거야! 동의하지 않는다면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할 거야.” 그 말을 남긴 소윤정은 침실 문을 열고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그녀는 최성훈의 적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 이후 빨리 자리를 벗어나 조용히 상처를 다스릴 곳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침실을 뛰쳐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황급히 달려오는 남자에게 팔이 잡혔다. 그 사람은 그녀에게 더 이상 달릴 틈을 주지 않고 두 손으로 소윤정의 두 팔을 잡고 딱딱한 벽에 밀쳤다. 소윤정이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긁고 최성훈의 속박을 벗어나려 했지만 흔들리는 두 손은 잡혀있는 게 같았다. 한참을 발버둥 쳤지만 오히려 남자에게 더 타이트하게 잡혔다. 결국 그녀는 힘이 다 빠져 몸부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소윤정이 화가 잔뜩 난 예쁜 눈동자로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최성훈! 뭐 하는 거야!” 최성훈은 카사노바처럼 다정한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는데 누굴 보든지 다정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가 누구를 바라보든 다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소윤정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저 한 번뿐이었다. 그녀는 마음을 억제하며 평온함을 되찾았다. “이혼하고 싶어? 안 되는 것도 아니야!” 최성훈은 예쁜 눈동자로 눈앞의 작고 여린 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는데 그의 시선은 싸늘함이 흘러넘쳤다. 한순간, 소윤정은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별을 본 것만 같았다. “정말요?”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고 눈동자에는 미래에 대한 갈망이 가득했다. 최성훈이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짧게 답했다. “그래.” 그가 동의할 줄은 몰랐던 소윤정이 얼굴에 기쁨이 가득 떠 올랐다. “좋아요! 무슨 조건이든 저는 모두 동의할 수 있어요!” 이혼에 이렇게 즐거워하는 소윤정의 모습을 보는 최성훈의 눈동자는 더 매서워졌고 눈빛에서 서리가 떨어질 듯했다. “송이준을 그렇게 사랑해?” 5년 전, 소윤정이 그에게 시집온 날 송이준은 최씨 가문의 별장 밖에서 밤새도록 기다렸었다. 그런 사람이 소윤정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소윤정은 이런 뒤죽박죽 한 관계에 송이준을 끌어들이기 싫어서 눈앞의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성훈 씨, 이혼은 우리 둘만의 일이니까 제발 다른 사람은 끌어들이지 말아 줄래요? 선배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러니 본론만 얘기해요.” 그녀의 목소리를 점점 통제를 잃고 날카로워졌다. 최성후은 귀에 거슬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준이는 최씨 집안의 혈육이야. 그러니 반드시 최씨 가문에 머물러야 해. 그리고 당신은 나에게 20억의 손해 배상을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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