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그가 이혼에 동의하다

그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검은 두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송여은,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나는 살며시 웃으며 계속 말했다. "오늘 본가에서 이혼하려는 이유가 뭔지 내게 물었지? 그때는 사실 내가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지 못했어. 나는 이 년 동안의 우리 결혼생활이 비록 깨가 쏟아지게 좋았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어. 적어도 너는 내게 잘해 주었으니까. 그리고 너는 좋은 남편이기도, 좋은 아버지이기도 했어. 나는 만약 내가 네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이 이 년간의 결혼을 끝맺기로 혼자서 결정한다면 어쩌면 매우 경솔한 결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네가 그랬잖아. 너와 송여월 사이는 본질적으로 불륜이 아니고 너도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고.” 어떤 말은 하다 보면 사람을 짜증 나게 했지만,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의 검은 두 눈동자를 마주한 나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지만, 이 몇 달 동안, 나는 이 결혼생활을 이어오면서 정말 너무 지쳤어. 너는 확실히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고, 여전히 평소와 마찬가지로 나를 잘 돌봐줬으며 나에게 잘해줬어. 그러나, 나는 정말 지쳤어. 그동안 나는 줄곧 나 자신을 설득해 왔어. 절대로 제멋대로 결정을 내리지 말고 너를 완전히 부정하지도 말자고. 그러나 나는 이미 우리의 결혼생활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아. 그러니 염지훈, 우리 그냥 이혼하자. 이건 송여월 때문도 아니고 다른 그 무엇 때문도 아니야. 그냥 내가 정말 더 이상 너랑 함께하고 싶지 않아서야." 늦가을의 밤은 원래 스산한 것 같았다. 으스스한 기분이 들게 말이다. 염지훈은 입을 열지 않았다. 곧게 편 그의 몸은 어두컴컴한 가로등 불빛에 가려져 마치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신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고요하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들게 했다. 침묵하는 그의 모습에서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좋아!" 한참 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는 긴 침묵 뒤에 높낮이가 없는 이 한 단어만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