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장 똑똑히 말해
어머니가 들어왔을 때 나는 천장을 쳐다보며 멍하니 있었다. 어머니는 호박죽을 옆에 내려놓고 내 침실을 한 바퀴 둘러보며 말했다.
"염지훈은? 돌아갔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속이 텅 비어 괴로웠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베드에 기대앉은 채 어머니가 끓여준 죽을 홀짝홀짝 마셨다.
내가 죽을 먹는 것을 보던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나는 어머니를 보고 말했다.
"엄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해요. 안 그러면 속이 답답해 괴로워요."
어머니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여월이 염씨 가문 저택에서 돌아온 뒤로 줄곧 방 안에서 물건을 부수고 있어. 방금 지성이가 말하길 염지훈이 들어갔다던데, 진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도 알아야 할 건 다 알고 있으니 숨길 필요가 없었다.
어머니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얼굴이 푸르뎅뎅해진 어머니가 화를 억누른 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염씨 가문 저택에서 내가 염지훈과 송여월 사이를 오해한 줄 알았는데, 설마...."
어머니가 숨을 내쉬고 벌떡 일어나 침실을 나갔다.
나는 어머니는 왜 갑자기 나갔는지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잠시 뒤 밖에서 "똑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바로 송여월의 방이었다.
어머니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챈 나는 얼른 그릇을 내려놓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내가 나갔을 때는 송여월의 방 문이 열린 채 어머니가 송여월의 방으로 들어간 뒤였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던 나는 얼른 따라 들어갔다. 송여월의 방 안은 매우 어수선했다. 바닥에는 깨진 유리조각과 쓰러진 탁자와 걸상, 그리고 화장품이 널려있었다. 깨뜨릴 수 있는 것은 모두 깨져 있었고, 깨뜨릴 수 없는 것은 모두 엉망진창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송여월의 침대 머리맡에 있던 화장대거울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송여월을 살펴보니, 얇은 흰색 잠옷 치마를 입은 그녀는 하얗고도 여린 두 맨발을 드러낸 채였다. 아마 감정이 격해졌을 때 바닥의 유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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