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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상대가 먼저 사과하자 이진영도 더는 따지지 않고 계속 부모님의 묘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모용준은 경호원과 모채령을 데리고 옆으로 걸어갔다. “아빠, 저 사람 너무 뻔뻔하지 않아요? 저거 완전 도박꾼이잖아요. 도박 빚도 가득 지고 마약까지 하다가 걸려서 유씨 가문에서 혼사를 취소했대요. 하도 진모현이 뒤를 봐줘서 말이지, 아니면 진작 빚쟁이들 손에 폐인이 되었을걸요? 내 생각엔 아마 진모현이 더는 돈을 주지 않아 도박도 못 하고 마약도 못 하게 되니까 그 여자를 원망하는 거죠. 정말 배은망덕한 사람이에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모용준이 물었다. “진모현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몇 번 만났어요. 정말 대단한 여자더라고요. 그러다 이씨 가문에 대해 주워들었죠.” “진모현... 듣자니 수단도 있고 능력도 있는 여자라고 하더군. 하지만 남의 집안일은 우리와 무관하니 더는 신경 쓰지 마.” 모용준이 말했다. 이진영은 선천종사라 눈과 귀가 상당히 밝았기에 모채령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진모현, 재밌네. 아주 성모 납셨어. 우리 가문의 돈과 명예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내 명성까지 더럽혀?” 이진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상류층에서 명성이 이미 더럽혀졌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 이진영은 당장이라도 진모현을 짓밟아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이진영은 묘비 앞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마침내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 그때, 갑자기 멀리서 모채령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왜 그러세요? 아빠, 정신 차려요!” 이진영은 겹안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수백 미터 밖의 장면을 눈앞으로 당겨왔다. 묘용준은 이미 창백한 안색으로 바닥에 쓰러져 입가에 거품을 문 채 경련을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채령과 경호원 강자명은 깜짝 놀랐다. “빨리, 아빠 병원으로 모셔요.” 모채령은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고 강자명은 모용준을 업고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아무리 빨리 병원으로 옮겨도 반 시간은 족히 걸려요. 이 병은 10분 안에 치료받지 못하면 죽어요.” 이때 이진영이 나타나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뭔 헛소리야! 당신이 의사야?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거지?” 모채령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난 의사가 아니지만 의술은 알아. 지금 이분을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나야.” 이진영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네가 뭔데? 내가 네 정체를 모를 줄 알아? 도박꾼!” 모채령은 이진영을 진심으로 무시하며 강자명에게 말했다. “아저씨, 우리 빨리 가요.” “3분만 줘. 살리지 못하면 나 마음대로 해도 돼. 하지만 이렇게 산을 내려간다면 이분은 반드시 죽어.” 이진영의 말에 모채령과 강자명은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아가씨, 믿어볼까요?” 강자명은 자연스럽고 태연한 이진영의 태도에 반신반의했다. “이런 도박꾼의 말을 어떻게 믿어요? 더는 지체하면 안 돼요!” 모채령은 이진영을 전혀 믿지 않았다. “할 말은 다 했으니, 믿든 말든 알아서 해.” 이진영은 산 아래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아저씨, 빨리 가요. 더 늦으면 위험해요.” 모채령이 재촉했다. 이때, 강자명이 결단을 내리고 이진영을 불러세웠다. “3분 줄 테니 해봐요. 만약 3분 안에 살리지 못하면 바로 죽여버릴 거예요.” 이진영은 속으로 싸늘하게 웃었다. “정작 싸우면 내 상대가 안 될걸?” “아저씨...” 모채령이 막으려고 했지만 강자명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가씨, 만약 회장님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전 이놈을 죽이고 함께 죽을 거예요. 지금은 이게 도박이라고 해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해요.” 말을 끝낸 강자명은 모용준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반듯이 눕히고 상의를 풀어주세요.” 이진영은 사부에게서 의술을 전수받았지만 실제로 처음 치료를 시도하는 거라 조금은 긴장했다. 이내 그는 금으로 된 침을 꺼내더니 정확한 혈 자리를 찾아 다섯 개의 길고 짧은 금침을 각각 모용준의 혈에 찍었다. 이것은 사부인 약신이 가르쳐 준 탈천조화침으로 현재로서는 최고의 침술인데 생명을 구하고 조화를 이루며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효력을 가졌다. 이진영은 두 손가락으로 금침을 가볍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한편 강자명은 이진영의 손가락이 실제로는 금침에 닿지 않았지만 위아래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기를 이용해 침을 조종하는 건가? 그렇다면 이 자는 선천종사? 말도 안 돼. 고작 스무 살 넘은 것 같은데 어떻게 선천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거지? 강자명은 자기가 꽤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20여 년의 고된 수련으로 후천 6품에 도달했다. 그런데 눈앞의 이 젊은이가 선천종사라고? “3분이 다 되어 가는데 아빠는 왜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거지? 내 말이 맞았어! 넌 사기꾼이야!” 모채령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저씨, 저 자식 죽여버려요!” “시끄러우니까 입 좀 다물어.” 그러자 이진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뭐가 그리 급해? 3분 아직 안 됐으니 소란스럽게 굴지 마!” “너!” 모채령은 분노가 치솟았다. 감히 나한테 큰소리를 쳐? 나쁜 자식! “아가씨,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 강자명이 그녀를 설득했다. “30초 더 줄게. 30초 뒤에 어떤 변명을 할 지 궁금하네.” 모채령은 시계를 확인했고 이진영은 침을 뽑기 시작했다. “왜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거야! 이 사기꾼아!” 모채령은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이때, 모용준은 갑자기 심하게 기침을 하더니 의식을 되찾았다. 모채령과 강자명은 순간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빠, 깨셨어요? 느낌은 어때요?” 모채령은 다급히 모용준을 일으켜 세웠다. “아까 가슴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던데... 어떻게 된 거지?” 모용준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급성 심근경색이네요.” 이진영이 말했다. 강자명은 방금 있었던 일을 모용준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모용준은 자기를 구해준 은인이 이진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젊은이, 불쾌했을 텐데 날 살려줘서 고마워. 이 젊은 나이에 뛰어난 의술을 가졌군. 아까는 우리가 실례했어.” 모용준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이진영을 향해 허리를 굽혔다. “의술은 무슨, 어쩌다 보니 얻어걸린 거지, 뭐. 아빠는 그냥 잠시 기절했던 거예요.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고요. 어쩜 운도 좋아.” 모채령은 도박꾼이 대단한 의술을 가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바로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 아버지가 나한테 얻어걸려서 살았다 이 말인가?” 그러자 이진영도 똑같이 빈정거리며 말했다. “죽고 싶어?” 모채령은 버럭 화를 내더니 이진영의 향해 손바닥을 날리려고 했다. “그만!” 모용준은 큰 소리로 호통쳤다. “이 젊은 친구한테 당장 사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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