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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이진영은 진모현의 몸을 제압한 후 상의를 벗어 그녀의 두 손을 묶었다. “빌어먹을, 너 이거 안 놔? 이거 안 놓으면... 우웁...” 진모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진영은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다. 평소에 나약하고 비굴했던 이진영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녀의 발버둥은 완전히 헛수고가 되었고 진모현은 자기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되었다. 이진영은 2년 넘게 쌓인 분노와 억울함을 한 번에 폭발시켰고 전혀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참 후, 이진영은 오랜 세월 쌓였던 분노와 억울함을 전부 이 여자의 몸에 풀어버렸다. 진모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소파에 엎드렸는데 온몸에 힘이 다 빠져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개자식, 당장 내 몸에서 떨어져!” 여운이 가시자, 진모현의 마음에는 오직 분노와 살기만 남았다. 하지만 힘이 다 빠져 이진영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진영도 드디어 분노를 식히고 침착함을 되찾은 채 현자모드로 들어갔지만 이 일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진모현... 정말 촉촉하다. 워낙 진모현을 한바탕 폭행하고 각막을 빼앗을 생각이었지만 그러기에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이런 방식은 야만적이고 짐승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진모현과 진애리를 상대로는 가장 통쾌한 복수 방식이었다. “진모현, 이 일로 빚을 받은 셈 치지. 일주일 줄 테니까 성안 그룹을 나한테 넘겨. 그건 당신의 소유가 아니야. 난 반드시 되찾아야겠어. 그리고 우리 부모님의 죽음이 만약 당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그땐 가차 없이 당신 목을 벨 거야.” “이 짐승 새끼야! 감히 날 협박해? 재산을 되찾고 싶어? 내가 널 내일까지 살게 둘 것 같아?” 진모현은 크게 분노했다. “그래? 그렇다면 어디 한 번 해봐. 과연 날 죽일 수 있을지.” 이진영은 옷을 입고 유유히 떠났다. 진모현은 분노에 치를 떨었는데 몸 여기저기에는 시퍼런 멍이 들고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곳은 불에 덴 듯 쓰려왔다. 쓰읍!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려는 순간, 진모현은 저도 몰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20년 동안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이런 짓을 못 했다. 비록 어느 정도 즐기기도 했지만 이진영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살려두려고 했는데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으니 죽이는 수밖에.” 진모현의 눈에는 살기가 어렸다. 진모현은 먼저 진애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진영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 장님 새끼 목숨줄 하나는 끈질기네? 아니, 강에 던졌는데 어떻게 살았지?” 휴대폰 너머의 진애리는 욕설을 내뱉었다. “애리야, 그 자식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예전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 진모현은 화끈거리는 엉덩이를 만지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씨 저택에서 2년 동안 개보다 못한 삶을 살았던 이진영이 하룻밤 사이에 어떻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돌아온 거지? “뭐가 다르다는 거야? 아무리 변해도 여전히 병신이야.” 진애리는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 진모현은 이진영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절대 할 수 없었다. 물론 진애리가 이 일을 알아서도 안 된다. “그 자식 지금 완전히 미친 개같아.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놈이니까 너도 조심해. 너한테 찾아갈지도 몰라.” 진모현의 경고에 진애리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괜찮아? 그 새끼가 나한테 찾아온다면 나 그 새끼 죽일 거야. 내가 왜 무서워해야지? 그 자식 하나 죽이는 건 나한텐 일도 아니야.” 진애리는 콧방귀를 뀌었다. “돌아왔다고? 지금 바로 집으로 갈게. 제대로 혼내줘야겠어.” “오지 마. 내가 사람 보내서 처리할 테니 넌 학교에 가만히 있어.” 진모현은 진애리에게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만약 진애리가 가장 우습게 여겼던 놈에게 엄마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걸 알게된다면... 진애리는 아마 그 자리에서 눈이 돌아갈 것이다. 통화를 끊고 진모현은 바로 집안 도우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진영 이 새끼 안 죽었으니까 당장 찾아서 죽여. 그리고 그 자식 대가리 들고 나한테 와. 그렇다면 다른 책임은 묻지 않을게.” 도우미 오혜숙이 말했다. “사모님, 그놈 죽는 걸 원하지 않으셨던 거 아닌가요?” 어젯밤 이진영을 강에 던지고 돌아온 후, 진모현은 오혜숙에게 버럭 화를 내더니 여러 해를 함께 했던 충성스러운 도우미를 쫓아냈다. 진모현은 아무도 그녀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고 오혜숙은 진애리가 아닌 오직 그녀의 명령에만 따르길 원했다. 이게 바로 그녀가 화난 이유이자 절대적인 권리였다. “죽여야겠어.” 진모현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녀는 자기의 고귀한 육체가 이진영 같은 폐물에게 침범당했다는 것이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이진영, 반드시 잡아서 사지를 뜯어줄 거야. 어렸을 때 그녀를 침범했던 거물은 오늘까지도 복수할 수 없었지만 이진영은 다르다. 눈도 먼 장님이 감히 그녀를 탐하다니, 이건 큰 굴욕이다. “시키는 대로 할게요.” 오혜숙이 대답했다. 진씨 저택에서 나온 후 이진영은 천마산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2년 동안 그는 진씨 모녀에게 통제되어 부모님을 보러 가지 못했다. 천마산 추모공원은 나양시에서 가장 좋은 추모공원으로 여기에 묻힌 사람들은 대부분이 부유하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장소는 당시 진모현이 골랐다. 묘비앞에 도착하니 신선한 꽃과 음식이 놓여 있었는데 아마 누군가 다녀간 것 같았다. “우리 엄마 아빠 제사를 누가 지낸 거지?” 이진영은 나양시에 친척도 없었고 사이가 가장 좋았던 게 바로 진씨 모녀와 그와 혼약이 있었던 유씨 가문이었다. 진씨 모녀는 절대 여기에 올 리 없고, 유씨 가문도 마찬가지였다. 유성진과 그의 아버지 이호철은 의형제로 두 사람은 동시에 창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유성진은 실패를 거듭하며 수십억의 빚을 떠안게 되었지만 이호철은 회사가 점점 번창하여 큰돈을 벌어들이게 되었다. 이호철은 유성진의 빚을 갚아주고 재창업할 자금을 지원했으며 그의 회사가 일어설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하여 유성진은 고마움을 전달하고자 딸 유정희를 이진영의 결혼 상대로 점찍어주었다. 그러다 이호철 부부가 사고를 당하고 이씨 가문이 몰락하자 유성진은 완전히 태도를 바꾸더니 혼사를 취소하고 이씨 가문과 완전히 절연했다. 현재 유성진은 나양성의 가장 유명한 기업가로 어마어마한 부를 이루었다. “엄마, 아버지... 2년 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못해서 미안해요.” 이진영은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그때 사고를 다시 철저히 조사하여 만약 정말 그 사건에 배후가 있었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진씨 모녀와 유씨 가문 이 배은망덕한 자들도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요.” “웃겨서 진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그 두 집안은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널 죽일 수 있을 텐데.” 뒤에서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물을 닦고 돌아서니 세 사람이 보였다. 하나는 60대의 아저씨, 또 하나는 중년의 남자, 그리고 젊고 아름다운 소녀였다. “누구...” “누군지는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내 생각이 맞다면 네가 바로 진모현에게 패배한 그 사람이겠지?” 모채령은 경멸에 가득 찬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진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게 그쪽과 무슨 상관이지?” “능력도 없으면서 죽은 부모님 앞에서 큰소리나 치는 너 같은 인간이 보기 싫어서 그런다, 왜?” 모채령은 거만한게 말했다. “채령아, 그만해.” 모용준은 다급히 모채령을 꾸짖고 이진영에게 말했다. “미안하네, 워낙 성격이 삐딱한 아이라 말과 행동이 실례가 되었네. 용서해 주게.” 이진영은 모용준을 한 번 쳐다보더니 금세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옆에 있는 중년 남자는 눈빛이 날카롭고 관자놀이가 살짝 불룩했는데 보아하니 상당한 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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