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이진영은 오랫동안 의식을 잃었는데 그사이 이상한 꿈을 꾸었다.
다음 날 아침에야 이진영은 눈을 떴고 그의 옆에는 백발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이진영은 깜짝 놀랐다.
“얘야, 놀라지 말거라. 난 이미 네 눈과 모든 부상을 치료해 주었다.”
노인은 자상하고 친절하게 말했다.
이진영은 다급히 자기 볼을 꼬집었고, 아프긴 했지만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내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어. 숨을 거두기 전에 너 같은 후계자를 만나서 난 아주 기쁘단다.”
노인은 이진영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자, 나에게 큰절을 올리고 사부님이라고 부르거라. 그러고 나서 더 많은 얘기를 해줄 것이다.”
그러자 이진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노인의 앞에 무릎을 꿇더니 ‘사부님’이라고 부르며 허리를 굽혔다.
그러자 노인은 이진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착한 놈이구나. 똑바로 앉거라. 지금부터 이 사부가 말해주는 얘기를 반드시 귀담아듣고 가슴에 새겨야 한다. 그리고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이진영은 귀를 쫑긋 세운 채 노인 옆에 앉아 그의 말을 열심히 새겨들었다.
노인은 이진영이 천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든 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각막을 잃어 겹안을 깨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진영도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한눈에 동공이 하나밖에 없지만 그는 태어날 때부터 한눈에 두 개의 동공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은 그를 불길하다고 손가락질했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요귀라고 놀림을 받았지만 그의 부모님은 그를 한 번도 꺼려한 적 없었다.
이내 노인은 자기의 신분과 정체를 밝히고 이진영에게 뒷일을 맡겼다.
말을 끝낸 노인은 갑자기 손가락으로 이진영의 미간을 꾹 눌렀는데 수많은 정보가 이진영의 대뇌에 곧장 전달되었다.
노인은 평생 수련한 것을 모두 이진영에게 전수한 후 머리를 아래로 떨구더니 바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사부님, 제자가 반드시 사부님의 염원을 이루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부님의 복수도 꼭 대신해 드리겠습니다.”
일면식밖에 없는 사부는 이진영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그는 마치 이진영의 두 번째 아버지처럼 크나큰 은혜를 내렸고 이진영은 노인에게 깊은 고마움을 가지게 되었다.
이진영은 노인이 임종 전에 주었던 백보 주머니에서 진귀한 혼원단을 꺼내 입에 넣고 꿀꺽 삼켜버렸는데 순간 그의 몸에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몸에 가득했던 흉터는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모공에서는 검은색의 독소가 빠져나오더니 순간 그의 몸은 새롭게 태어난 듯 탄탄해지기 시작했다.
이 혼원단은 세수파모를 통해 그를 후천의 경지를 넘어서서 직접 선천의 경지로 상승하게 해주었다.
심지어 겹안 초능력까지 각성했는데 내공이 높아짐에 따라 겹안 초능력은 점점 더 강력해지며 온갖 신비한 신통력을 탄생했다.
“진모현, 진애리. 이 배은망덕한 것들. 죽음을 앞두고 나에게 이런 운이 생길 거라는 건 상상도 못 했지? 당신들이 한 짓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줄 거야.”
세수파모를 끝낸 후, 그는 겹안의 초보적인 능력을 파악하고 생각에 따라 겹안을 숨길 수 있었다. 만약 그가 겹안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아마 누군가에게 또다시 각막을 빼앗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사부의 유언에 따라 유골을 강에 뿌린 뒤 곧장 진씨 저택으로 찾아갔다.
그는 당장이라도 진씨 모녀에게 복수를 하여 설욕을 갚고 싶었다.
이진영은 몸을 날려 쉽게 진씨 저택으로 들어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진모현은 소파에 반쯤 누운 채 독서를 하고 있었는데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았다.
하지만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천박해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정교하게 조각된 예술품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것이 독특한 매력을 발산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진모현은 비록 출산을 했지만 몸매는 아주 잘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각종 관리까지 더해져 고작 20대와 같았다.
열다섯 살의 진모현은 한 대단한 인물로 인해 강제로 몸을 빼앗겨 진애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그녀는 딸을 데리고 상대의 손에서 빠져나와 결국 나양시에 발을 붙이게 되었다.
이진영은 비록 20대의 건장한 청년이지만 영락없는 모태 솔로다. 처음 보는 매혹적인 장면에 그의 두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꿀꺽.
이진영은 저도 몰래 침을 꿀꺽 삼켰다.
늘 고귀하고 우아한 진모현이 집에서는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채 독서를 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혹시 옷이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구속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진영이 장님으로 살았던 지난 2년 동안, 진씨 모녀는 한 번도 집에서 옷을 입은 적이 없었는데 이것은 모녀의 특별한 취미였다.
어차피 집에는 도우미 아줌마와 장님만 있으니 두 모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진영이 돌아오자 진모현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 안 죽었어?”
“내가 안 죽어서 실망한 건가?”
이진영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진모현에게 다가갔는데 그의 눈길은 그녀의 몸에서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진영은 온몸의 피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진모현은 이진영의 눈이 이미 회복된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널 죽이고 싶었으면 넌 오늘까지 살지 못했을 거야.”
“그렇다면 날 안 죽여준 은혜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
이진영은 속으로 그녀를 비웃으며 계속 앞이 안 보이는 척했다. 나양시의 그 어떤 남자라도 이런 진풍경 앞에서는 눈이 돌아갈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데 안 봐줄 이유가 없었다.
진모현은 계속 독서를 하며 이진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
“네 개집으로 돌아가. 앞에서 알짱대지 말고.”
이진영은 진모현의 이런 태도가 아주 혐오스러웠다.
진모현은 은혜를 원수로 갚으며 이씨 가문의 재산을 전부 삼켜버렸는데도 그를 무시하고 개처럼 대했다.
화가 난 이진영은 진모현의 손에서 책을 쳐냈다.
“난 당신이 키우는 개가 아니야.”
진모현은 갑자기 몸을 일으켰고 탄력 있는 가슴이 그의 눈앞에서 가볍게 흔들렸다.
“너 미쳤어?”
진모현은 지하실을 가리키며 호통쳤다.
“당장 꺼져! 내 눈앞에서 사라져!”
순간 이진영은 진모현의 목을 조르고 그녀를 소파에 눌렀다.
“진모현, 잘 들어. 오늘부터 난 더는 당신들이 마구 짓밟았던 폐물이 아니야. 2년 동안 받은 건 내가 일일이 돌려주도록 하지.”
세상 물정을 많이 겪은 여자 사업가로 진모현은 비록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이진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떻게 돌려줄 생각이야? 날 죽일래? 너 그럴 용기 있어?”
진모현은 거들먹거리는 말투로 오히려 이진영을 협박하며 말했다.
“이 더러운 손 치워. 그리고 당장 무릎 꿇고 네가 더럽힌 바닥을 핥아. 그렇지 않으면 넌 오늘 죽어.”
성안 그룹을 이끄는 진모현은 회사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이런 강한 기세를 키워왔는데 심지어 많은 사람은 그녀 앞에서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진애리도 비록 싸가지 없고 건방진 성격이지만 유독 진모현을 두려워한다.
이씨 가문이 몰락하기 전에도 이진영은 진모현을 두려워했고 감히 그녀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이진영은 선천경의 무도종사로 진모현의 기세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절대 그를 누를 수 없다.
“그냥 죽이는 건 시시하지. 게다가 당신은 내가 존경했던 사람이었어. 근데 왜 죽여?”
이때 이진영의 몸속에서는 사악한 불길이 솟구치더니 대담하고 미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모현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 안 죽인다고? 그러면 성폭행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웃겨서, 진짜. 아니, 이호철은 어쩜 너 같은 쓸모없는 아들은 둔 거지?”
“내가 못 할 것 같아?”
이진영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진모현은 콧방귀를 뀌며 그를 조롱했다.
“용기를 낸다고 치자. 근데 너 할 수 있겠어? 너 애리한테 맞아서 기능 잃은 지 오래잖아. 넌 장님에 고자야. 평생 여자는 못 다친다고. 병신새끼야.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당장 꺼져. 아니면 개처럼 살 기회도 잃고 죽는 거야.”
진모현의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그녀는 똑똑함과 능력, 그리고 잔인함을 바탕으로 오늘날 나양시에서 가장 유명한 미녀 사업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진영의 머릿속에는 이미 사악한 불꽃이 번지기 시작했고 그녀의 조롱과 모욕에 결국 불이 타올랐다.
“진모현, 이건 당신이 자초한 거야. 지금 당장 내가 남자인지 아닌지를 증명해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