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유정희는 바로 손을 들어 모채희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모채희는 무술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 전혀 방비가 되어있지 않았지만 옆에 있는 이진영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이진영은 날아오는 유정희의 손목을 빠르게 잡았다.
모채희는 유정희가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할 줄 생각도 못 했다.
“지금 감히 나한테 손바닥을 날리려고 했어?”
모채희의 눈에는 한기가 서리고 눈동자에는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쩔 건데? 난 내가 때리고 싶은 사람은 꼭 때려줘야 속이 풀리는 경향이 있어. 오늘은 네 그 건방진 입을 제대로 혼내줄 생각이야.”
유정희는 자기 손목을 잡고 있는 이진영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모채희를 때리려고 했지만 이진영의 강한 힘으로 인해 뿌리쳐지지가 않았다.
“야, 병신아. 이거 안 놔?”
유정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유정희, 네가 건드릴 수 없는 여자야.”
이진영은 그녀의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그래서 뭔데? 내가 못 건드린다고? 야, 병신. 너 지금 나 웃으라고 하는 소리야?”
유정희는 거만하게 웃으며 모채희에게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듣고 놀라지나 마! 우리 아빠 유성진이야. 어때? 놀랍지? 자, 절로 뺨 두 개 때리고 사과해. 그렇다면 한 번은 봐줄 생각이 있어.”
모채희는 고개를 젓더니 그녀의 협박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진영에게 말했다.
“결혼하지 않는 게 다행이에요. 저런 모자란 여자와 결혼했더라면, 그건 재앙이 될 거예요.”
그러자 이진영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면 혼사를 파기해 준 걸 고맙게 생각해야겠네요.”
유정희는 모채희와 이진영의 여유로운 대화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두 사람은 지금 그녀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나 진짜 너무 빡쳐. 내가 오늘 너희 둘 혼내주지 않으면 내 이름 석자 거꾸로 쓸 거야. 유준걸! 뭐 하고 있어? 당장 저 새끼 다리 부러뜨리고 저년은 입부터 찢어 놔.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유정희는 그녀 뒤를 따르는 남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유준걸은 유정희의 사촌 오빠로 시골에서 살다 유성재가 유정희의 시중과 경호를 맡으라고 배치한 사람이다.
그는 성격이 과묵하지만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힘도 강하며 격투기도 배운 적 있었다.
유준걸이 곧바로 걸어오자 박민정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유정희 님, 너무 멋져요. 저런 것들은 제대로 혼내줘야 해요.”
이진영은 모채희가 무술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알고 그녀 앞을 막아섰다.
“병신 새끼가 감히 어딜 나서? 유준걸, 저 새끼 철저히 밟아!”
유정희는 팔짱을 낀 채 명령을 내렸다.
유준걸이 주먹을 휘두르자 이진영은 바로 손을 들어 그의 주먹을 쳐냈다.
그러자 유준걸을 비틀거렸고 당황한 듯 반대편 주먹을 날렸지만 이진영은 손쉽게 상대를 뒤로 밀어냈다.
유준걸은 나지막하게 신음을 내더니 온몸의 힘을 다해 또 주먹을 휘둘렀고 이진영도 주먹으로 맞받아쳤다. 두 주먹이 공중에서 부딪치더니 이번에 유준걸은 거꾸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 몇 바퀴를 굴러갔다.
유준걸의 팔은 감각이 사라지고 이진영의 힘에 완전히 제압당했다. 두 사람은 같은 레벨이 아니다.
유정희와 박민정은 깜짝 놀랐다. 두 여자는 이진영이 이렇게 강할 줄 상상도 못했다.
“미안해. 난 상대가 못 돼. 저 사람 적어도 3품 고수야.”
유준걸은 바닥에서 일어서더니 잔뜩 풀이 죽어 말했다.
그는 격투기를 배워 자기의 힘을 이용해 겨우 후천 1품에 불과했다.
“하, 병신. 넌 병신 새끼 하나도 못 이겨? 절로 꺼져!”
유정희는 괜히 폼을 잡으려다가 실패한 것이 부끄러워 유준걸에게 화풀이를 했다.
“못 본 사이 좀 배웠나 봐?”
유정희는 여전히 건방진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난 여전히 네가 우스워. 그깟 3품 따위가 다 뭐라고. 요즘 세상에는 돈이 최고야. 권력도 있고 돈도 많은 우리 가문이 널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야.”
그러자 이진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3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지.”
“알면 됐어. 두 사람 당장 자기 뺨 두 번씩 때리고 나한테 사과해. 그러면 오늘은 넘어가 줄게. 아니면 나 당장 우리 가문 5품 고수를 불러와 두 사람 제대로 혼내줄 거야.”
유정희는 전혀 두려움 없이 가문을 믿고 협박을 이어갔다.
모채희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유정희를 속으로 비웃었다.
유씨 가문의 5품 고수라... 이진영 앞에서는 고작 종이호랑이에 불과할 뿐이다.
이때, 구찌 매장의 사장 호기문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는 키가 작고 몸이 뚱뚱해 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사장님,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호기문이 나타나자 박민정이 다급히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녀를 보는 척도 하지 않고 바로 모채희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모 대표님, 귀한 걸음 하셨는데 미리 대기하지 못해 죄송해요.”
호기문의 태도에 박민정과 다른 직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물론 유정희도 깜짝 놀랐다.
유씨 가문 아가씨인 그녀도 호기문에게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
“호 사장님, 요즘 장사가 잘돼서 그런지 거만해지셨네요.”
모채희는 싸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요. 모 대표님 앞에서 누가 감히 거만하게 굴 수 있겠어요. 모 대표님 비서의 연락을 받고 바로 달려왔는걸요?”
호기문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친구랑 옷 좀 사러 왔는데 당신 직원이 우릴 도둑으로 몰아세운 것도 모자라 욕설까지 하면서 쫓아내려고 했어요. 어떻게 설명하실래요?”
그 말을 들은 호기문의 뚱뚱한 얼굴은 이내 하얗게 질려버리더니 식은땀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누가 감히 그런 무례한 짓을 했어? 내가 아주 가죽을 벗겨줄 거야!”
호기문은 곧바로 뒤로 돌아서서 직원들을 향해 큰 소리로 물었다.
호기문은 워낙 지하 세계에서 활동했던 사람이라 흉악한 기운이 강해 직원들은 하나같이 그를 두려워했다.
직원들은 겁에 질려 몸을 떨며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새로 온 인턴은 곧 눈물이라도 터뜨릴 지경이었다.
박민정도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바지에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호기문의 태도에 그녀는 자기가 큰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대체 누구야? 알아서 기어 나와!”
더는 버틸 수 없게 되자 박민정은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무릎을 꿇고 겁에 질려 눈물을 흘렸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장님 지인인 줄 몰랐어요. 부디 민수 씨 얼굴 봐서라도 용서해 주세요.”
최민수는 단지 호기문의 부하직원일 뿐, 설사 그가 아들이라고 해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호기문은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아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발길질을 날리고 싶었다. 아니, 많고도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모채희를 건드린 걸까?
“나한테 사과하지 말고 모 대표님한테 사과해! 모 대표님이 널 용서하지 않으신다면 너와 민수 그 새끼 전부 강에 처넣어버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