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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참다못한 호기문은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박민정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 그러자 박민정은 마침 모채희와 이진영 앞까지 공처럼 데굴데굴 굴러갔다. “죄송합니다, 모 대표님. 제가 눈이 멀었었나 봐요.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절 용서하세요.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박민정은 스스로 뺨을 때리며 사과했다. “당신은 내가 아닌 진영 씨 한테 사과해야 해요.” 모채희가 말했다. 그러자 박민정은 다급히 이진영 앞으로 무릎을 끌고 기어가 간절히 용서를 구했다. “진영아, 미안해.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정말 실수했어. 내가 미쳤었나 봐. 머리가 어떻게 됐던 것 같아. 우리 동창이잖아.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봐줘. 난 강에 던져지기도 싫고 직업을 잃기도 싫어.” 박민정은 호기문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호기문은 화가 나면 정말 그녀를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강에 던져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다. 이진영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민정은 공포에 사로잡혀 다시 자기 뺨을 때렸고 이내 입과 코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만해. 바닥 더러워질라. 호 사장님도 장사 계속해야 할 거 아니야. 난 너한테 따질 시간도, 그럴 생각도 없어. 넌 그럴 가치 없어.” 그제야 박민정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 용서해 줘서 고마워.” 그러더니 바로 호기문에게 돌아가 말했다. “사장님, 저 두 분한테 용서받았으니 제발 저 해고하지 말아 주세요.” “모 대표님이 어떤 분이신데 너 같은 하찮은 자와 시시콜콜 따지겠어. 넌 점장으로서 손님을 하대하고 쫓아냈어. 목숨은 살려두겠으니 당장 짐 싸서 나가!” 호기문은 워낙 총명한 사람이라 모채희와 이진영이 더는 문제 삼지 않더라도 박민정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한 땐 박민정과 뜨거운 밤을 보내기도 했지만 모채희를 건드린 것에 대한 보복을 피할 수는 없었다. 박민정은 자기가 호기문의 숨겨진 애인이라 뒤가 탄탄하다고 생각했기에 손님들에게 건방지게 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호기문은 그녀에 대한 태도를 완전히 바꿨고 하마터면 호기문의 손에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그녀는 절망에 빠진 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는 직장만 잃은 것이 아니라 곧 남자 친구도 잃게 될 것이다. 힘들게 올라온 점장 자리를 잃고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오늘 일이 모두에게 교훈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누가 손님을 무시하면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될 거야.” 호기문은 이 기회를 이용해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었다. 아까 박민정과 한통속이던 몇몇 직원은 혹시라도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봐 몸을 벌벌 떨었다. 전체 과정을 목격한 유정희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 호기문은 나양시에서 내놓으라 하는 거물이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비굴하게 한 여자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쓰다니? 어쩌면 그녀의 아버지인 유성진이 와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저 여자 대체 정체가 뭐지? 어떻게 이진영 같은 병신의 여자 친구가 된 거지? 유정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유정희? 아까 사람을 불러 우리 두 사람 제대로 혼내겠다고 한 거 아니었나? 아직 안 불렀어?” 모채희가 불쑥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늘은 호 사장님의 체면을 생각해 두 사람 봐 줄 거야.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 특히 너 이진영. 내 눈엔 넌 여전히 병신이야. 돈 많은 여자를 물었다고 내가 널 높게 평가할 것 같아? 웃겨서, 정말.” 유정희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는 서둘러 도망가 버렸다. 그러자 이진영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 “채희 씨 말이 맞았어요. 저 여자와 결혼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네요.” “가요, 옷부터 고르죠.” 모채희는 이진영의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말했다. 그 모습에 호기문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진영을 몰래 훑어보며 저 남자가 대체 누구이지, 어떻게 모채희와 저렇게 친밀하게 지내는지 궁금해했다. 호기문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는 이진영이 단순히 잘생긴 외모로 모채희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채희 같은 여자들은 고작 외모에 홀리는 성격이 아니다. 그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두 분, 오늘은 제 불찰이니 여기 있는 옷은 마음껏 고르셔도 좋아요. 결산은 제가 대신 할 게요. 사과의 의미로 받아주세요.” 호기문은 영리하게도 이진영에게 직접 호의를 표했다. “필요 없어요. 내가 그깟 돈이 부족할까요?” 모채희는 오늘 직접 이진영에게 옷을 선물하고 싶었기에 절대 호기문에게 이 공을 넘길 수 없었다. “아니요, 당연히 아니죠.” 그러자 호기문은 활짝 웃으며 명함과 검은색의 VIP 카드를 이진영에게 건넸다. “선생님,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절 찾아주세요.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그리고 이 카드를 소지하시면 제가 운영하는 모든 명품 매장에서 50%의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이진영이 거절하려고 하자 호기문이 계속 말했다. “첫 만남에 불쾌한 일이 생겼으니 꼭 제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아주시길 바라요.” “호 사장님, 손이 참 크시네요. 저한테도 없는 카드를 선물하다니.” 모채희가 말했다. “이건 제 회사에서 금방 제작한 새 카드예요. 아직 정식으로 발급하지 않아서 미처 모 대표님에게 드리지 못했네요. 모 대표님도 한 장 받아주세요.” 호기문은 또 한 장의 카드를 꺼내 모채희에게 건넸다. “전 됐어요. 진영 씨한테만 주세요.” 모채희가 말했다. 그러자 이진영은 명함과 카드를 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호 사장님.” 명함과 카드를 건넨 후 호기문은 눈치껏 자리를 떠났다. 모채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호기문은 영리한 사람이죠. 그는 한눈에 강자와 약자를 구별하고 이진영 씨에게 호의를 보였던 거예요.” “모두 모채희 씨 덕분이에요. 모채희 씨가 없었더라면 저 사람들 날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고 쫓아냈겠죠.” 이진영은 농담처럼 말했다. “그럼 저도 이진영 씨 덕을 볼 날이 있겠죠. 신의님.” 모채희는 이진영과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싶었다. 모채희는 이진영에게 수트, 캐주얼 룩, 구두, 벨트, 지갑 등 열몇 가지 물건을 골라주었다. 이진영은 워낙 키가 크고 잘생긴 외모라 옷만 바꿔 입었을 뿐인데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 “나 옷 잘 고르지 않아요?” 모채희는 거울 속 이진영을 바라보며 그의 옷을 정성스럽게 정돈해 주었다. 그녀의 향기가 코를 찌르자 이진영은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잘 생겨서 뭐든 잘 어울리는 거 아닌가요?” 이진영은 조금 경계를 풀고 농담을 던졌다. “잘 생기긴 했네요. 이 옷도 입어봐요.” 모채희도 이진영이 자기에게 조금 다가온 것이 느껴져 속으로 기뻐했다. 필요한 것들을 골라 결산하려는데 모채희는 끝까지 선물이라며 이진영이 돈을 내지 못하게 했다. 열몇 벌의 옷과 악세사리 중에는 한정판 아이템까지 포함되어 거의 2억이나 들었다. 이진영은 처음 그를 열정적으로 접대했던 직원인 전효민에게 모든 실적을 돌렸고 전효민은 너무 기뻐서 연신 인사를 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들은 그저 부러움과 후회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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