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12화
그리고 몸을 낮춰 임건우의 귀에 속삭였다.
“이 남자가 자꾸 나를 쫓아다니는데, 난 그 사람을 전혀 좋아하지 않아. 근데 우리 부모님은 너무 좋아해서 우리를 억지로 엮으려 하거든. 어쩌지? 네가 좀 도와줘, 이번에 나를 한 번만 막아주면 동도에 가서 내가 밥 사줄게.”
임건우는 황정은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장원희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황정은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임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저 남자 꽤 무섭게 생겼잖아. 너 이거 나한테 괜히 문제 생기게 하려는 거 아니야?”
장원희는 입을 내밀며 투덜거렸다.
“아이고, 건우야, 네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네? 내가 네 친구 아니야? 우리 동창이잖아? 너랑 황수영이 사귈 때 누가 늘 너희를 도와서 숨겨줬고 기회를 만들어줬는데? 바로 나야! 너 같은 당당한 남자가 이렇게 겁이 많으면 안 되지. 나 좀 도와줘, 제발! 안 그러면... 내가 승무원들한테 네가 몰래 탄 승객이라고 말해버릴 거야. 그럼 벌금 물어야 할걸?”
장원희는 임건우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런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장원희는 임씨 가문의 일에 대해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고 임씨 가문이 대지진을 겪고 임건우가 부잣집 아들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전락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졸업 후 장원희네 가족은 동도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대학과 직장 생활도 동도에서 계속되었다.
임건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떻게 이런 뜻밖의 재회를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임건우가 난감해하고 있을 때, 그 남자는 더는 참지 못했다.
그 남자는 마음속에서 장원희가 자신의 약혼녀이며, 미래의 아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지금 한 고등학교 남자 동창과 이렇게 가까이 붙어 귓속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었다.
자신의 자존심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남자의 눈에는 순간적으로 살기가 번뜩였다.
결국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 장원희의 팔을 잡아당기며 힘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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